[성화 이야기] 죽음의 승리 - 아버지 피터 브뤼겔(Pieter Brueghel the Elder, 1526/1530?1569), 1562년경 제작, 패널 위 유화, 117×162cm,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 BBC가 선정한 ‘세계 100대 위대한 그림’에 포함된 작품(1827년부터 프라도 미술관 소장)으로, 죽음(해골)의 군대가 검은 황폐한 풍경 속에서 참혹한 파괴를 일으키는 광경을 보여준다. 이들이 지나온 자리에는 황폐함과 불길, 즉 죽음만이 남아 있는데, 심지어 이들이 스쳐 지나온 바다에도 불에 휩싸인 난파선들이 떠다니고 있다. 잎이 다 떨어진 몇 그루의 나무가 민둥산 위에 서 있으며, 시체로 가득 찬 연못가에는 썩어가는 물고기들이 보인다. 예술사학자 제임스 스나이더는 “모든 생명이 사라진 채 눈에 보이는 곳은 텅 빈 황폐한 땅”이라고 묘사했다. 전경에는 해골들이 머리뼈가 가득 담긴 수레를 끌고 있으며, 왼쪽 위에는 죽음의 종을 우렁차게 울리는 해골들이 보인다. 즉 이 작품은 청각, 시각, 심지어 후각까지 우리의 모든 감각에 호소하는 작품인 것이다.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은 십자가로 장식된 관 모양의 덫에 갇히고, 말을 탄 해골들이 낫으로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있다. 또 말에 탄 채 칼을 휘두르고 있는 해골들이 보이는데, 이들은 ‘지옥의 묵시록의 사신’을 암시한다. 농민, 군인, 귀족, 왕, 추기경 등 다양한 사회적 배경과 부를 가진 사람들이 식사·연회 중에, 혹은 노름판을 펼치거나 아이를 돌보는 중에도 죽음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는데, 죽음의 방식도 다양하여 처형당하거나, 끌려가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죽음이 가지는 폭력성과 잔인성, 그러나 동시에 어떻게 보면 평등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어떤 이는 죽음에 의연하게 맞서거나, (곧 목이 잘리는 순간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이 상황에서도 곡을 연주하고, 또 어떤 이는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죽음이 가지는 각양의 방식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이 작품을 통해서 생각해 본다. [2025년 11월 2일(다해)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군종주보 3면, 김은혜 엘리사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