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속 성경 이야기] 오떵에서 만난 아름다운 성모자 - 클라우스 드 베르브(1380~1439), <성모자>(오떵의 성모), 15세기 중반, 채색한 석회석, 오떵 노트르담뒤샤텔 성당의 경당, 롤랭 미술관(프랑스 오떵) 프랑스 중동부 손에루아르(Saone-et-Loire) 지역의 작은 도시 오떵(Autun)으로 떠납니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오떵 역에 내려 20여 분 오르막길을 오르면 작은 마을 중심지에서 성 라자로 대성당을 만납니다. 11세기부터 전 유럽에 순례 열풍이 불어 수많은 순례객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했습니다. 성 라자로 대성당은 대표적인 순례 성당 중 하나입니다. 5세기경 작은 규모로 세워졌다가 12세기 초 에티엔 드 바제(Etienne de Bage) 주교의 결정으로 건립된 대성당에는 ‘예수님의 친구’였던 성 라자로의 유해가 모셔져 있습니다. 프랑스에는 라자로가 남부 마르세유에 정착해 주교가 되어 활동하였다고 전해 집니다. 이 아름다운 성당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롤랭 미술관’에 이릅니다. 바로 이곳에서 <성모자> 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떵의 성모’라 불리는 이 조각상은 중세 말기이자 르네상스 시대인 15세기 중반에 만들어져 원래 오떵 노트르담뒤샤펠 성당의 경당에 모셔져 있었습니다. 금발의 긴 머리를 늘어뜨린 어여쁜 성모님은 사랑하는 아기 예수님을 오른팔로 조심스레 감싸고 있습니다. 아기의 연약한 몸에 살짝 올린 왼손엔 무한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지그시 눈을 감은 듯 은은히 내려다보는 시선에서도 깊은 사랑과 연민이 전해집니다. 놀랍게도 아기는 어머니의 깊은 근심과 사랑을 다 이해하는 듯합니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엄마와 눈을 마주치는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석회석 조각에 채색한 작품이라 색이 바랬는데도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성모님은 눈부신 주홍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어깨에는 천상의 여왕에 걸맞은 황금색 망토를 두르고 있습니다. 앳되고 아름다운 금발 곱슬머리에 백옥 같은 피부를 한 성모님, 그 품에는 아기 예수님이 짙은 주홍색 포대기로 싸여 있습니다. 그런데 황금색 리본과 붕대 같은 걸로 동여맨 모습이 생소해 보입니다. 이는 신생아의 몸을 천으로 감싸는 유다인의 풍습을 반영하면서 훗날 마주할 운명인 십자가의 희생, 곧 죽음을 예견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기의 포대기는 수의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놀라운 디테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감싼 황금색 리본이 성모님의 허리로 연결돼 매듭지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는 이 두 분의 운명이 하나로 묶여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화려한 의상과 대조적으로 머리에 두른 순백의 두건은 성모님의 순결과 겸손을 나타냅니다. 사실주의적 표현의 우아함이 느껴지는 이 걸작은 플랑드르 네덜란드 태생의 클라우스 드 베르브(Claus de Werve)의 작품입니다. 거장의 섬세한 감수성과 깊은 신심 그리고 인간미가 표현된 <성모자> 상은 주홍의 붉은색이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고통과 열정 그리고 사랑을 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꼭 다문 입술과 양 볼에서 배어 나온 은은한 향기가 온 세상을 붉게 물들여 줍니다. * 박혜원 소피아 : 저서 「혹시 나의 양을 보았나요」(2020) 「혹시 나의 새를 보았나요」(2023), 현 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2025년 7월 13일(다해) 연중 제15주일 의정부주보 4면, 박혜원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