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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인 사람은 없다 2024-05-01

서울 종로5가의 한 빌딩 지하에 있는 서울 디아스포라 교회는 교인들 다수가 미등록 필리핀 노동자다. 한국에 온 지 5년부터 25년이 넘는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대부분 고국에 있는 부모의 의료비와 자녀 혹은 동생들의 교육비를 책임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일이 없는 주말과 저녁 시간에 잔업이나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매년 ‘불법’ 노동자 특별단속 기간이 되면 이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적발되어 벌금을 물고 추방당하면 다시 비자를 받아 한국에 와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올봄에도 이렇게 한국을 떠나는 교인이 계속 생기고 있다.

 

 

교인이 단속에 붙잡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면 정진우 담임목사는 회사를 찾아가 못 받은 임금과 퇴직금을 받아내고 그가 살던 방에 가서 짐을 정리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아 전해 준다. 비행기표도 추방되는 노동자가 사야 한다. 그런데 어려운 회사 사정에 미등록노동자 고용으로 벌금까지 물게 되었다며 퇴직금을 못 준다는 사장도 있다. 어떤 집주인은 외국인보호소에 억류된 당사자와 연결해 주어도 정 목사를 믿지 못해 다시 자기에게 직접 전화하라고 요구한다.

 

 

정부가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강화하면서 인권 침해도 잇달아 발생했다. 작년 3월 대구에서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주일 예배를 보다가 토끼몰이식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11월에는 경주의 공단에서는 법무부 남성 직원이 미등록 이주 여성 노동자의 목덜미를 붙잡고 작업장에서 끌어내는 영상이 국제적인 공분을 자아내었다.

 

 

정부는 한쪽으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여 추방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매년 수천 명씩 외국인노동자를 추가로 들여온다. 이른바 3D업종뿐 아니라 농어촌에도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일이 되지 않는 곳이 많다.

 

 

그런데 20년 넘게 시행되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노동자가 일터를 선택할 수 없게 만들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한다. 아무리 강력히 단속해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줄지 않고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43만 명을 헤아린다. 그들 가운데는 20년 넘게 한국에 산 사람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이 7월에 입국해서 교육과 훈련을 받고 빠르면 8월 말부터 서울 지역에서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의 증가하는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에 시범사업으로 해 본다는 것이다. 공론화 과정에서 노동계와 인권단체의 반대와 비판도 적지 않았다.

 

 

외국인 노동자가 오는 것은 노동력에 앞서 무엇보다 사람이 오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이웃이다. 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이민 이주민 이주노동자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글 _ 신한열 프란치스코 수사(떼제공동체 수사·공익단체 이음새 대표)

 

[가톨릭신문 2024-05-01 오전 10:12:02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