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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와 장미이야기 2024-05-01

장미의 계절, 5월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장미축제가 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고대 로마에서는 장미축제를 일컫는 ‘로살리아’가 죽은 자들에 대한 숭배와 관련된 의식 중 하나였다. 죽은 자들에 대한 숭배의식을 그대로 흡수한 그리스도교 전통은 가시가 달린 장미를 순교자들의 고통으로 받아들였다.

 

1531년 멕시코 과달루페에서 성모 마리아가 발현했을 때도 한겨울에 장미꽃들이 피어나는 기적이 일어났고, 프랑스의 라 살레트와 루르드에서 발현했을 때도, 성모님 곁에 장미꽃이 있었다고 한다.

 

 

성모 마리아는 파티마의 어린 목동들에게 발현하시어 러시아가 자신의 오류를 전 세계에 퍼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파티마의 기도’를 포함하여 매일 묵주기도를 바칠 것을 요청하셨다. 따라서 묵주는 항상 이단과 곤경에 대항하는 무기였다. 사실 1571년 10월 7일 레판토 해전에서 이슬람 세력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승리 즉, 이교도에 대한 최초의 해전 승리는 신자들이 바친 묵주기도에 힘입은 것이었다고 한다.

 

 

성모 마리아를 그린 그림에도 장미가 자주 등장한다. 1642년에 그린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 ‘성모의 대관식’도 성모 마리아의 머리에 장미 화환을 씌우고 있다. 하트형 구도로 되어 있는데, 오른편은 성부 하느님께서 손에 투명한 지구를 들고 있고 아들 예수와 함께 장미꽃 화관을 들고 있다. 그리고 왼편은 성모의 아들 예수가 그려져 있다. 손에는 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홀이 들려져 있고, 성부와 함께 성자 예수는 장미꽃 화환을 성모의 머리에 씌우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사이에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빛을 발하며 대관식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의 기도 생활에서도 마리아와 장미는 깊게 이어져 있다. 묵주기도(Rosario)가 라틴어로 ‘장미 꽃다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마리아’라고 하면 가장 먼저 장미를 떠올린다. 장미는 하느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마리아의 사랑을 상징한다. 하지만 단순히 상징만이 아니라 마리아와 연관이 있는 꽃이기도 하다.

 

 

로사리오의 기원은 도미니코회 수도원의 창시자인 성 도미니코가 이단인 프랑스의 알비주아파와 싸울 때 성모 마리아가 출현하여, 영적 무기로서 묵주의 기도를 바치라는 계시를 함으로써 시작됐다. 이후 도미니코회와 로사리오형제회가 신자들에게 널리 보급하게 되었고, 레오 13세교황은 10월을 묵주 기도 성월로 선포하였다. 동방교회의 수도원에서는 ‘비잔틴식 로사리오’라 하여 100개의 구슬로 엮은 것을 사용하였다.

 

 

묵주의 기도는 복음 전체의 요약이자 구원적인 강생에 집중하는 기도이며 인류 구원의 신비, 그리스도의 신비, 교회의 신비 그리고 마리아의 신비를 요약 함축하고 있다.

 

 

묵주기도는 반복되는 기도를 통해서 그리스도와 깊은 내적 일치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성모신심을 특성으로 지니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리스도를 지향하고 있다. 이 기도는 복음 메시지의 핵심을 집약하고 있으며, 그리스도와 동행하셨던 성모님을 따라 예수님의 전 생애를 묵상하고 관상하는 데 탁월한 방법이다.

 

 

묵주기도는 대중 신심의 단순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더욱 깊은 관상의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신학적 깊이도 갖추고 있다. 또한 반복하며 묵상하는 특징은 개인적으로는 내적인 평화를 얻어 일상의 어려운 문제들을 직시하게 해주며, 공동체로 바쳐짐으로써 구성원들 간의 평화와 화합을 촉진하게 한다.

 

 

 

 

글_윤여환 요한 사도(충남대 회화과 명예교수)

 

[가톨릭신문 2024-05-01 오전 10:12:02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