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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판 ‘나는 솔로’ 화제… “종교 떠나 저출산 문제 함께 해결해야죠” 2024-04-30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선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 스님. 조계사 옆 전법회관에서 인터뷰 후 촬영했다.


1박2일 행사 20명 참가 네쌍 탄생
전국 사찰과 협의, 행사 확대 계획
40대 이상 참가 프로그램도 고려

“저출산·혼인율 극복은 국가적 과제
특정 종교에 국한된 문제 아냐 
결혼·가정 소중함 아는 것부터 시작”


올해 초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인기 TV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본뜬 불교계 만남 주선 행사 ''나는 절로''가 성공적으로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이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 스님이다. 절에서 이런 행사를 기획한 배경이 궁금했다. 4월 초 강화 전등사에서 ‘나는 절로’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방문했다. 이어 ‘부처님 오신 날’(5/15)을 앞두고 조계사를 찾아 묘장 스님과 혼인 감소와 저출생 시대 종교계 역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등사 템플스테이 숙소 앞마당에서 ‘나는 절로’ 참가자 20명이 자기 소개 시간을 갖고 있다.


봄바람 타고 만난 30대 미혼남녀 20명

매화와 목련꽃이 한창인 봄날 오후, 전등사 템플스테이 숙소 앞마당에 20명의 젊은 남녀가 모였다. 이름도 절묘하게 붙인 ‘나는 절로’를 통해 새로운 만남을 갖고자 함께한 이들이다. 참가자들의 자기 소개가 시작됐다.

“34살 ‘지수’입니다. 저는 경찰 공무원이고요. 서울에서 왔습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 꼭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은채’이고요. 1992년생입니다. 여동생이 다다음 주 결혼해서 더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 ‘시원’입니다. 저도 1992년생이고요. 성격이 계획적인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즉흥적이신 분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하하.”

“저는 ‘문수’이고요. 집에서 TV나 영화 보는 걸 좋아합니다. 좋은 인연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외신을 포함해 15개 언론사 20여 명의 취재진이 몰리자 참가자들은 긴장했다.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지훈’은 떨렸는지 마이크를 들고 간신히 자기 이름과 말 몇 마디만 남기고 자리로 돌아갔다. 또 다른 참가자도 “연예인들이 어떤 기분인지 알겠다”며 말을 더듬었다. 첫 만남은 으레 설레고 떨리는 법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참가자들은 손을 들어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서로를 드러냈다. 저녁 식사 후 몇몇 커플은 오솔길을 오붓하게 산책했고, 산사의 기온이 떨어지자 한 남성은 겉옷을 벗어 여성에게 건네기도 했다. 얼굴이 익숙해진 뒤 펼쳐진 야간 레크리에이션 시간은 열기가 더 뜨거웠다. 숫기 없던 남성 참가자가 조장을 맡아 열정적으로 움직였고, 조원들은 하나가 돼 춤을 췄다.

다음날 마지막 일정으로 마음에 드는 이성의 이름을 써서 내도록 했다. 4쌍이 탄생했다. 1박 2일간의 짧은 만남치곤 꽤나 높은 커플 성사율이었다.

 
남성 참가자 ‘수현’이 여성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에는 쭈볏거렸지만 시간이 지나자 호감이 가는 상대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불교판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절로’

‘나는 절로’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마련한 소개팅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조계사에서 두 차례 진행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전등사에선 처음 열렸다. SBS 플러스·ENA 인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SOLO(솔로)''를 패러디한 ‘나는 절로’는 진행 방식도 매우 비슷하다. 참가자들은 본명 대신 가명을 사용하고, 직업과 사는 곳 등 기초적인 인적사항도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알게 된다.

‘나는 절로’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행사에는 20~30대 남녀 20명 모집에 3000명이 지원해 15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에도 남녀 각 10명을 모집하는데 남성 147명, 여성 190명이 지원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앞으로 더 많은 지역, 더 많은 연령대가 참가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불국사·해인사·통도사·화엄사·낙산사 등 지역 내 유명 사찰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또 40대 이상 참가하는 프로그램과 참가자들의 연령대를 다섯 살 차 이내로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이후 2006년부터 17년간 320조 원, 지난해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48조 2000억 원을 썼다. 그럼에도 2023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2명에 불과하다. 혼인 건수도 2023년 19만여 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정부는 ‘나는 절로’에 대한 높은 관심에 주목해 올해부터 이를 ‘민간협력사업’으로 전환했다.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이윤신 과장은 “정부는 결혼·임신·출산과 관련해 긍정적인 사회 문화를 만들기 위해 ‘나는 절로’ 같은 민간협력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불교는 물론, 가톨릭·개신교 등에서도 사업공모를 받아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녀 참가자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다. 산사에 어둠이 내리자 한 남성 참가자는 여성에게 겉옷을 벗어주는 등 친밀감을 표시했다.

참가 신청서에 종교란 없어

‘나는 절로’는 불교계가 주관한 행사지만 특별히 종교를 내세우지 않는다. 참가 신청서에는 종교를 적는 칸이 아예 없다.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과 혼인율 극복은 종교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묘장 스님은 “제가 출가할 때 출가자 나이는 24~34살이었지만, 지금은 40살이 평균이 될 정도로 불교계도 출산율 감소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는 사회적인 문제이기에 우리 에너지도 이를 해결하는 쪽으로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교의 포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취지를 지닌 만큼 다양한 종교 및 신앙을 가진 이들, 혹은 종교가 없는 이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기에 이 프로그램은 건강한 만남 문화를 조성하고 올바른 연애관 및 결혼관을 확립해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저출산 문제는 종교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함께 노력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종교계, 저출산 해소 적극 나서야

묘장 스님은 “저출산 문제 극복은 결혼과 가정의 소중함을 아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종교계는 만남의 장을 확산해 자연스럽게 결혼 문화를 유도하고 혼인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 ‘나는 절로’를 통해 커플이 된 사례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종단과 사찰에서 한다는 신뢰감이 있는 것 같다”며 “일회성으로 나이트클럽에서 만나는 것과 사찰에서 진지한 만남을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신뢰 차원에서 좀 다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묘장 스님은 또 “종교 간 화합은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서로 다른 신앙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통해 종교 간 화합은 물론, 힘을 모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역설했다.

특별히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나와 너는 둘이 아닙니다. 불교와 천주교도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아프면 너도 아픕니다. 우리에게는 불이(不二)의 정신, 역지사지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가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묘장 스님은 “삼계개고(三界皆苦) 아당안지(我當安之), 즉 ‘세상이 모두 고통이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라는 법어를 가장 좋아한다”며 “앞으로도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묘장 스님은

서울 연화사 주지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이자 불교계 대표 국제구호협력기구 더프라미스 이사장이다. 아이티 대지진 의료봉사단장, 동일본 대지진 긴급구호단장, 태국 대홍수 긴급구호단장, 네팔 대지진 합동지원단 구호단장, 우크라이나 전쟁난민 지원단장을 맡는 등 재해·재난 현장 경험이 많은 스님이기도 하다.
raelly1@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04-30 오후 6:12:2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