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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 꿈꾼 청년, 하느님 절절한 사랑에 사제의 길로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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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운데)가 가톨릭평화방송 성소 주일 특집 프로그램 ‘응답하라, 부르심에’ 녹화 현장에서 두 사회자 신부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제가 유아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사제가 될 꿈은 전혀 꾸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축구하며 놀기에 바빴지요. 부모님을 따라 주일 미사에는 빠지지 않고 갔지만, 사제가 되겠다는 꿈은 생각지 않았는데?. 대학교 3학년 여름 때 특별한 계기로 사제의 꿈을 꿨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성소 주일(21일)을 맞아 하느님 부르심을 받았던 체험을 공개했다. 4일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열린 cpbc 성소 주일 특집 ‘응답하라, 부르심에’(기획 정희용 PD) 녹화. 황중호(가톨릭평화방송 방송주간)·이창민(살레시오회) 신부의 진행하는 프로에 정 대주교가 첫 출연자로 나섰다.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포콜라레 운동에 3박 4일의 마리아 폴리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당시 부제님이 인생의 굴곡을 다 경험하시고 30살이 훨씬 넘어 사제 성소를 느끼게 된 경험을 나눠주셨어요. 그 다음날 부제님을 복도에서 따로 만나게 됐는데, 당신의 성소담을 아주 상세하게 나눠주시면서 ‘하느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부르신다’고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그때 얼핏 하느님께서 저에게 다가오시는 순간이라고 느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죠.”

정 대주교는 “당시 대학생으로서 갖고 있던 질문을 드렸는데, (그 질문은) ‘예수님께서는 어린이처럼 되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생각이 깊고 많아서 어린이처럼 단순하게 될 수 없는 데도 이런 나를 사랑하시겠느냐’였다”고 털어놨다.

“저는 당시 세상을 덜 알고 있으면서도 오만한 자신감을 가진 청년으로서 어린이처럼 단순하게 되지 못하는 신앙의 딜레마를 느끼고 있었거든요. 부제님은 쉽게 데워지는 온돌과 잘 안 데워지는 구들장에 비유하시며,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는 말씀을 주시는 거예요. 하느님께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는 것을 그 순간에 확 느끼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온전히 나를 바쳐야겠다’고 생각했죠."

서울대 공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정 대주교는 이 부제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의 삶을 꿈꿨다. 대학교 2학년 때 전공이 정해지면서 방학 동안에만 100여 권의 책을 읽고, 친구들과 함께 사회·과학 공부를 하며 과학도의 꿈을 꿨다. 그는 “100권을 읽고 나니 세상이 좀 보인다는 느낌이 들어 정치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친구들과 같이 시위에도 참여했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하느님께서 나를 절절하게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낀 순간부터는 친구들이랑 있다가도 미사에 참여하고, 매일 미사에 다니기도 했다”면서 “당장 학교를 그만두고 신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누구라도 한 번쯤은 사제 성소를 생각할 수 있다며 졸업한 후에도 생각이 변하지 않는지를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제 성소와 수도 성소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정 대주교는 서울대 졸업 후 교구 신학생으로 2학년에 편입한다. 신학생 시절, 일본에서 사목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가르멜 수도회 신부가 정 대주교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가르멜 수도회와의 인연이 깊어졌다. 이후 군 입대를 일주일 정도 앞둔 정 대주교는 허리를 다쳤고, 요양하던 중 어머니가 읽은 신심 서적 중 하나를 꺼내 들었는데, 그 책이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책은 방송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성소 주일 특집 ‘응답하라, 부르심에’는 5부작으로 방영된다. 제1편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시작으로 김정현(예수회) 신부와 이지현(성심수녀회) 수녀가 출연해 사제 및 수도 성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외방선교회 선교사인 김상집(라파엘) · 김은경(도미니카) 부부 등이 출연해 결혼 성소에 의미를 짚어본다. 방송 일시 : 21일 오후 1시, 22일 오전 10시, 25일 오후 7시 30분, 26일 오전 11시 30분, 27일 오후 오후 7시 30분.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04-18 오전 9:52:09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