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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한센인 돌봄 ‘가톨릭피부과의원’ 새 도약 준비 2020-05-27

반세기 넘게 한센인 진료에 매진하며 참다운 가톨릭 정신을 실천해온 가톨릭피부과의원(원장 신홍식 신부, 대구 북구 읍내동)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가톨릭피부과의원은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병동 신축과 역사관 건립, 피부과 의료진 확충을 추진한다. 그리스도의 복음에 따라 한센인을 위해 땀흘려온 역사를 깊이 간직하고 여전히 돌봄이 필요한 한센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에서다.



■ “한센인 위한 인술(仁術) 계속 이어나갈 것”

대구 북구 읍내동에 있는 가톨릭피부과의원은 50여 년이 넘게 한센인을 돌보며 국내 한센인 치료 역사에 눈부신 업적을 쌓아온 곳이다. 일반 외래 피부과 환자들이 하루 수백 명씩 찾고 있는 유명 병원이지만, 가톨릭피부과의원이 가장 중요시하는 분야는 역시 한센인 진료와 돌봄사업이다.

한센인 치료와 돌봄은 전액 무료다. 국가에서 일부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대부분 병원 측이 외래 진료 수입으로 충당해주고 있다. 당연히 적자가 나는 구조다. 의료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센병 발병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입원병동에서 돌봄 치료받고 있는 한센인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병원은 한센인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 없다.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원장 신홍식 신부는 “우리 병원은 복음과 선교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항상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신부는 “한센인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그들에 대한 지원 손길도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톨릭피부과의원은 지난 1994년 한센인 입원 병동을 신축해 운영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총 11개 병실에 29개 병상 규모다. 부부 전용 병실도 갖추고 하나의 요양복합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병동 2층에 입원해 생활하고 있는 한센인 10여 명은 경북 지역은 물론 경기, 부산, 경남 등 전국에서 병원을 찾아왔다. 오랜 기간 구호가 필요한 한센병의 특성상 1년 넘게 입원하고 있는 장기 환자도 있다. 병동에서는 의무원장 전재복 교수를 비롯해 4명의 간호인력들이 교대근무를 하며 한센인 치료와 돌봄에 매진하고 있다.


■ 한센인 돌봄 50여 년, 그 숭고한 역사

지난 1963년 개원한 가톨릭피부과의원의 설립 목적은 ‘그리스도의 복음에 따라 환자의 육체적 질병과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고, 한센인의 사회 복귀를 도와주며, 피부 진료를 통해 한센인을 조기 발견하여 한센병을 퇴치하는데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이 같은 병원의 숭고한 역사는 1950년대부터 한센인들이 대구대교구에 의료 지원 도움을 요청한데서 시작됐다. 당시 교구는 오스트리아(오지리) 가톨릭부인회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전국 각지를 떠도는 신세에 처해있던 한센인들을 정착시켰고 생계보조와 환자 진료 사업을 실시했다.

가톨릭피부과의원이 개원할 당시의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 국내 재정 상황이 빈약하다 보니 병원 건립 뿐만 아니라 운영비, 인건비, 치료약품까지 거의 모두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로부터 지원 받아야 했다. 밀가루와 헌 옷 등 외국 구호물자는 병원에 입원한 한센병 환자들과, 병원 부근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한센인들에게 분배됐다. 사실상 초창기에는 병원이라기 보다는 한센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용시설 개념으로 운영됐다고 봐야 한다.

그러던 1966년 엠마 프라이싱거 여사가 원장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인 병원 형태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일반 외래 환자들을 진료하던 중 한센병이 발견돼 조기에 치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는 국내 경제 사정이 나아짐에 따라 외국 원조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한센병 관리 사업도 원조에서 벗어나 일반 외래 환자 진료 수입으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1970년 창립된 사단법인 릴리회도 병원에 후원 성금을 지속적으로 보내오는 등 따뜻한 손길이 이어졌다.

1996년 엠마 프라이싱거 여사가 퇴임한 이후에는 대구대교구 소속 사제들이 원장으로 부임해 전임 원장의 업적과 정신을 이어받았다. 진균의학연구소, 한센의학연구소가 설치됐고 노후한 입원 병동이 신축됐다. 한센병 치유 뿐만 아니라 한센인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병동 신축과 역사관 건립 추진, 의료진 확충도 절실

가톨릭피부과의원은 지난 50여 년의 한센인 돌봄 역사를 간직하고 그 숭고한 뜻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현재의 가톨릭피부과의원 건물 자리에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의 병원 건물을 신축할 예정이다. 병동에는 피부과가 새로운 모습으로 들어서게 되고 가톨릭피부과의원의 숭고한 역사를 조명한 역사관도 건물 내에 조성할 계획이다. 공사 기간 중에는 입원 병동 앞에 임시 건물을 설치해 피부과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신 신부는 “역사관은 교회가 한센인을 위해 뛰어온 여정과 그 가치를 미래에도 잊지 않고 되새겨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하고 있다”며 “보다 좋은 시설에서 한센인들을 돌보고, 한센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톨릭피부과의원의 또다른 당면과제는 의료인력 확충이다. 일반 피부과 의료인력에 비해 한센인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의료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특히 해당 업무는 가톨릭의 헌신과 봉사 정신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병원 측으로서도 특별한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다.

신 신부는 “가톨릭의료기관의 이념은 치유자로서의 예수님을 우리 안에 재현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살피는데 있다”며 “한센인을 위해 진료하는 숭고한 직무에 많은 의료인께서 지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문의 053-320-2000 가톨릭피부과의원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
사진 정정호 기자
[가톨릭신문 2020-05-27 오전 11:42:15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