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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아는 만큼 보인다] 72. 성령과 교회 2020-05-26


‘아이는 부모가 믿는 만큼 자란다’라는 신념으로 아들 교육을 훌륭하게 한 억척 엄마가 있습니다. 바로 「괜찮아, 엄마는 널 믿어」의 저자 김민경씨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부모와 대화 없이 자란 어린 날을 떠올리며, 내 아이만큼은 ‘잘하면 칭찬, 못해도 격려’의 마음으로 밝게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게임 중독에 빠진 것입니다. 성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댑니다. 엄마는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때려주고 싶었지만,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이 필요하면 엄마한테 말하지 그랬어. 엄마가 안 줄 것 같았어? 내일부터 2000원을 줄 테니까 1000원은 게임을 하고, 1000원은 맛있는 거 사 먹어. 그러나 6시 전엔 꼭 들어와야 한다. 알았지?”

그런데도 성호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반에서 거의 꼴찌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부터 마음을 잡고 무섭게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더니 3학년이 되어서는 전교 1등을 하였고 연세대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더는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하였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자녀를 믿어주어야 합니다. 그 믿음은 표현되어야 합니다. 엄마가 주는 돈이 게임 하는 데 사용되더라도, 언젠가는 책 한 권을 살 것이라는 믿음으로 희생을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로부터 성령을 받는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피와 성령의 작용으로 교회 안에서 죄의 용서가 이루어지도록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았습니다.”(981)


남편이 벌어서 아내에게 주는 돈은 아내만 쓰라고 주는 돈이 아닙니다. 만약 자녀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을 안다면 남편은 더는 아내에게 돈을 주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성사의 거행을 멈추는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로부터 받는 성령을 성사 거행을 통해 신자들에게 베풉니다. 신자들이 비록 또다시 죄의 굴레에 떨어질지라도 멈추지 않고 성사를 통해 성령의 은혜를 베풀어야 합니다. 교리서는 “성령께서는… 특히 성체 안에 탁월하게 현존하신다”(737)라고 말하고, “그리스도와 성령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몸이며 성령의 궁전인 교회 안에서 성취됩니다”(737)라고 말합니다. 교회가 성사 집행을 거부하는 날, 이는 마치 남편 앞에서 자녀들의 어머니이기를 포기하는 아내와 같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요한 16,7)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 곁에서 교회에 성령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에서 그 성령을 중개하시는 분이 한 분 더 계십니다.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요한 2,1-12)에서 성모 마리아는 혼인 잔치에 참여한 사람들과 그리스도 사이에서 성령을 중개하심으로써 그 혼인 잔치가 지속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십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예수님의 첫 기적이 행해진 물을 담는 도구는 ‘정결례’에 쓰이는 것이었습니다. 이 정결례는 ‘그리스도의 피와 성령’을 통해 그리스도 신부로 새로 태어나는 교회의 모습과 연결됩니다.(1335 참조) 이때 일꾼들은 성모 마리아의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라는 명령을 따라야만 합니다.

마찬가지로 교회도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 1코린 11,24) 하신 말씀대로 성사를 거행합니다. 만약 봉사자들이 예수님의 “물독에 물을 채워라”(요한 2,7)라는 명령에 순종하지 않았다면 첫 포도주의 기적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교회도 예수님의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 1코린 11,24)에 순종하지 않으면 성사의 은총이 신자들에게 흘러갈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교회 스스로 성령을 받을 자격이 없는 어머니임을 증명하게 됩니다. 교회는 성사 거행을 통해 성령을 받아 합당한 그리스도의 신부임을 증명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성사들을 통하여 당신 몸의 지체들에게 거룩한 분이시고 또한 거룩하게 하는 분이신 당신 영을 주시기 때문입니다.”(739)




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수원가톨릭대 교수)

[가톨릭신문 2020-05-26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