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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72. 가톨릭교회와 노동 ‘오늘도 퇴근하지 못했답니다!’ 2020-05-26


정관용: 사고가 만약 나더라도 그건 책임은 누가 지는 거예요? 외주업체가 지는 거에요? 아니면 지하철공사나 코레일 같은 그런 원청업체가 져야 하는 거예요?

박흥수(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연구원): 외주화의 가장 큰 문제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건데요. 저번에도 서울메트로 측에서는 하청업체가 전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그러고요. 또 하청업체는 하청업체대로 노동자가 혼자 들어갔다, 결국은 사망한 노동자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데요. 결국은 외주업체에 대해서 원청업체의 관리감독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고 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2015년 8월 3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중)


■ 끊이지 않는 일터에서의 비극

4년 전 5월 28일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작업 중 김군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당시 스크린도어 관리 업체는 계약에 따라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직원을 현장에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다른 역의 고장 신고접수로 인해 타임리미트(시간 한계)를 맞추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김군 혼자 출동해 수리 작업을 했고 그러다 변을 당했습니다. 사고원인은 해당 역사의 관리소홀과 안전규정 미준수였지만 근본적으로 원하청 간 계약 모순에 있습니다.

원청인 서울메트로는 작업자의 안전이 보장되는 영업종료시간에 작업을 요구했지만 동시에 1시간 이내에 사고현장에 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모순적이고 형식적인 계약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산재사망 사고는 원하청 사이의 갑을관계, 안전규정을 지킬 수 없는 과중한 업무, 최저입찰에 따른 외주업체 선정, 그로 인한 낮은 인건비 책정과 같은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합니다. 문제는 사고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시스템에 있는 것입니다. 구의역 김군과 2018년 청년 김용균, 2020년 5월 38명이 사망한 이천화재사건, 갑질폭행에 의해 사망한 최희석 경비원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일터에서의 안타까운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들어보셨습니까? “오늘도 퇴근하지 못했다!”

작년 11월 국내 한 일간지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일터에서 사망한 1200명 노동자들의 이름으로 1면을 메꿨습니다. 제목은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였는데 하루에 3명씩 숨지는 산업재해 실상을 반영한 것이었고 2018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한국안전보건공단에서 발표한 사고성 사망재해 1305건 1355명을 토대로 기사화 한 것입니다. 하루에 3명이 사망했다는 것은 현장에서의 사고사를 중심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그런데 질병 산재판정을 받은 수치까지 감안하면(2019년 사망자 2020명) 3명이 아니라 7명이 매일 퇴근을 못합니다. 2020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고자 했지만, 여전히 사망자가 많아 최종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2017~2019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두의 바램,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

분명 기업활동은 이윤추구를 지향합니다. 그래서 납기일을 지키고, 생산량을 맞추고,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입니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의 안전도 함께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러다 기업 망합니다!”라고 이야기하실 분도 있으실까요? 그러나 기업이 망하라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내 딸, 내 아들, 우리 가족, 내 친구의 딸과 아들, 이처럼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을 함께 지키자는 것입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총 93건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4건 정도만이 가결됐다고 합니다.

분명 고용환경에서의 안전을 위해서 향후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느 정도의 제도개선과 처벌강화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평화를 지키려는 우리의 마음과 노력입니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이야기합니다. “평화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질서의 추구를 통해 날마다 조금씩 이룩되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평화 증진에 대한 책임을 인식할 때에만 꽃필 수 있다.”(495항) 책임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성숙한 삶, 우리 그리스도인이 앞장서야겠습니다.


“기업 안에서 합법적인 이윤 추구는 같은 회사 안의 여러 지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존엄을 보호하여야 할 포기할 수 없는 의무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40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가톨릭신문 2020-05-26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