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News

  • 전례성사
  • 가톨릭성미술
  • 가톨릭성인
  • 성당/성지
  • 일반갤러리
  • gallery1898

알림

0

  •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71. 가톨릭교회와 노동 ‘이웃사랑, 사회의 품위를 가늠하는 척도’ 2020-05-19


“자네는 경비원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네.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폐기물 더미에서 숨을 쉴 수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초소에서 잘 수 있겠어? 사람이라면 어떻게 석면 가루가 날리는 지하실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자네가 사람으로 대접받을 생각으로 이 아파트에 왔다면 내일이라도 떠나게. 아파트 경비원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경비원은 할 수가 없어.”(조정진, 「임계장 이야기」 중)


■ 지속되는 사회적 비극

「간추린 사회교리」는 ‘사람의 온전한 발전’과 ‘사랑의 문명 건설’이라는 목적을 지향합니다. 그 핵심은 이웃사랑입니다. 이웃사랑은 신앙인에게 최우선적 가르침이며(마태 22,39; 「간추린 사회교리」 132항) 그 방법이 바로 사회교리입니다. 타인을 위한 희생과 이타적 사랑은 하느님 현존의 표징이자 개인과 사회의 품격을 가늠하는 기준입니다.

최근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저자는 3년간 경비노동을 하며 노동일지를 썼고 이를 책으로 냈습니다. 임계장은 ‘임시계약직 노인장’을 줄인 말이고, 저자는 고령 경비원의 별칭이 ‘고다자’(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고)라 불리는 슬픈 현실을 써내려 갑니다.

경비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와 갑질은 벌써 오래된 사회문제입니다. 비정규직, 단기계약, 고령노동과 고용불안, 장시간, 저임금 근무라는 열악함도 모자라 인격모독까지 더해 이로 인한 자살이 꾸준히 일어났습니다. 주택관리공단 통계로만 지난 5년간 3000건에 육박하는 갑질이 신고됐습니다. 경비원의 책임과 의무에는 가혹하리만치 엄격하고, 입주민 권한에는 양보가 없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얼마 전 서울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입주민의 갑질과 인격모욕,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문제해결이 시급합니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다수의 사용자에 반해 책임사용자가 모호하므로 현행 근로기준법의 폭행금지와 처벌에 관한 법적용이 어렵습니다.(8조, 76조 2항) 그래서 입주민을 사용자로 명시해 책임을 강화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 개선입니다. 우리는 ‘내가 월급을 주는 사람이니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그분들을 동반자, 친구, 이웃, 나를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없어서 발생하는 일들이 아닐까요? 고용관계에서 비용의 논리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내가 필요할 때는 가까이하고, 불편하거나 책임져야 할 때는 멀리하는 건 올바르고 착한 것도 아니며, 교회의 가르침은 더더욱 아닙니다. 존중과 배려는 이웃사랑의 구체적 실천방법이자 사회와 노동환경의 품위를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 착한 사회란? 이웃사랑이 실천되는 사회

「임계장 이야기」의 저자는 말합니다. “지금 시대에 용돈을 벌기 위해 일터로 나오는 노인은 없어요.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옵니다. 이런 편견과 선입관부터 없어져야 합니다.” ‘2018년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 총 1만367명, 하루 평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는 37.5명, 40분마다 1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2020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읽는 병든 현실, 이는 결국 사람과 노동의 가치를 경시한 채 황금을 추구해 온 잘못된 생각이 빚어낸 인재입니다.

하루에 몇 잔씩 커피값을 지불하면서도 아파트 경비원 한 분에게 최저임금 주는 것은 아깝다면 그 병든 현실은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 우리는 분명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 배움을 실천하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과 생명, 사람의 소중함을 가르치는가? 이것은 인식과 앎의 문제를 넘어 신앙과 회개의 문제이며 언젠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실 말씀이기도 합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경비원 아저씨는 우리 가족입니다. 해직 대신 성금” (2016.7.10. KBS뉴스)

“선풍기 바람 쐬는 경비원 안타까워 에어컨 설치해 준 주민”(2016.8.10. 인사이트)

“아파트 경비원 해고 막아낸 따뜻한 이웃들”(2018.1. 경향신문)

“교통사고 당한 경비원 위해 1600만 원 전달한 주민들”(2018.11. 중앙일보)

“추운 겨울 아파트 경비실에 전달된 방한복과 따뜻한 마음” (2019.1. 오마이뉴스)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가톨릭신문 2020-05-19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