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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그리움이여, 설렘이여, 그리고 감동이어라 2017-11-14

‘그래, 가보는 거야!’ 그리움과 설렘으로 순례에 동참했다. 첫 발을 내디딘 곳은, 고구려 주몽의 역사가 있는 ‘평지성’. 가까이 갈 수 없어 산등성이에 우람하게 자리 잡은 그 모습을 멀리서나마 눈으로 보고 한참 동안 저장하고 사진으로 담고…. 오녀산성과 박물관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돌무덤들도 만났다. 그냥 무심히 지나쳐버릴 만큼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바람결에 어디선가 선조들의 체취가 코끝을 스친다.

선조들이 살았던 만주벌판. 그 광활함을 달리고 달리면서, 나보다는 우리를 위해, 나라를 위해, 독립을 위해 애썼던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아련히 다가온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의 값이었음을 생각하니 뭉클했다.

드디어 백두산 천지를 향해 go~ go! 눈부신 맑은 하늘, 툭 터진 초록의 빛깔, 알록달록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나무계단 하나하나에 새겨진 숫자가 아직 멀어 ‘조금, 조금만 더 힘내자’ 하는 순간, 맑은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끼더니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안되는데…, 안되는데…. 이 먼 길을 천지를 꼭 봐야겠다는 신념으로 왔는데….’

화살기도가 절로 나온다. 화살기도와 헉헉대는 숨소리가 극에 달할 때쯤 1450여 개 계단의 끝이 보인다. 다왔다는 안내판이 힘이 빠져버린 다리와 지쳐버린 온 촉감에 새 기운을 돋아준다.

“우와~ 우와~ 천지다~!”

천지에 가득 찬 넘실넘실 맑고 파란물이 나를 반긴다. 천지를 봤다는 그 자체가 커다란 축복임을 만끽하면서 눈에 담고 담고,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감동과 환희와 뿌듯함과 짜릿함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한참을 감동에 젖어 있다가 옆을 보니 낡은 줄로 엮어진 울타리가 보인다.

“울타리 너머가 북한 땅이래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 천지의 웅장함의 감동을 한아름 안고 북한을 생각하며 안타까움도 안고…, 복잡한 걸음으로 내려왔다.

다시 이어진 순례길, 압록강 줄기를 계속 따라가는 길.

압록강 변에는 아이들이 수영도 하고, 낚시도 하고, 여자들이 빨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 평화로운 모습에서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어릴 적을 생각하니 불쑥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립다. 잠깐 시간여행도 해보면서 그리움에 젖어보면서, 다시 우리 선조들의 용감하고 늠름했던 땅으로의 여행이다.

광개토대왕비, 엄청나게 큰 비석 앞에 자랑스러움을 느껴보고 장수왕릉도 둘러보고….

우리 아이들도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도 볼 수 있게 잘 관리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또 하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마음을 찡하게 울리는 곳. 6·25전쟁으로 끊어진 압록강 다리. 압록강 다리 위를 걸으며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근대 역사 속을 걸었다.

슬픔과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많은 이들의 그리움이 한이 되어 버린 곳.

우리와도 기찻길을 놓아 오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산의 아픔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보고픔에 그리움에 묻혀 살아가고 있는데…. 백두산 천지도, 금강산도, 만주벌판도, 다 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움과 답답함의 끝자락을 잘라버리고, 잘되리라는 희망의 옷을 걸치고 또 씩씩하게 다시 끊어진 다리 위를 걷는다. 그리고 끊어짐이 이어지리라는 믿음을 갖고 순례를 계속했다.

주님의 많은 배려로 다녀온 이번 순례를 통해 다른 어떤 곳에서도 가져보지 못한 진한 감동을 느꼈다. 오늘부터 묵주기도 지향이 하나 늘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임을….


정영희(아멜리아·수원 율전동본당)
[가톨릭신문 2017-11-1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