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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년 신앙 못자리 구산성당 재개발로 철거 위기 2015-04-26

성 김성우 생가터… LH가 부지 수용 통보

▲ 179년 역사의 구산성당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황무지에 홀로 있는 성당 옆으로 아파트촌이 보인다. 임영선 기자

“구산공소 역사가 올해 179년이 됩니다. 구산성당은 구산공소 초대회장 순교자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의 생가터입니다. 이런 역사적 장소가 현재 위치에서 없어지면 그 아까움이며 모든 (역사적인) 것들이 어찌 되겠습니까?”

지난해 12월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 주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안녕하세요. 구산본당 주임 신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구산본당 황용구 주임 신부의 글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글을 읽었고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구산성당을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내년 공소 설립 180주년을 맞는 구산성당이 다른 곳으로 옮겨질 위기에 처해있다. 2009년 시작된 ‘미사 보금자리’ 재개발 사업에 성당 부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사업 주체인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부지 수용을 통보했고 성당을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당 신자들은 2009년부터 성당 보전을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시에 탄원서도 제출했지만 LH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 LH는 구산성당 터를 ‘자족기능 확보 시설용지’(편의ㆍ기반시설 건립)로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용지 내 모든 주택과 상가는 철거되고 구산성당만 덩그러니 남은 상태다.

황 신부는 “수원교구가 LH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고 아직 존치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이전을 막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유구한 역사를 가진 구산성당이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철거되는 게 무척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구산본당은 1836년 모방(1803~1839) 신부가 설립한 구산공소를 모태로 한다. 내년 공소 설립 180주년이 된다. 모방 신부는 초대 회장으로 성 김성우 안토니오를 임명했다. 공소 설립 143년 만인 1979년 본당으로 승격됐다. 현재 신자는 620명이다.

LH는 ‘서민을 위한 주택 보급’과 ‘타 종교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본당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개신교와 불교는 LH 제안에 동의하고 교회와 절을 다른 곳으로 이전했는데 왜 성당만 반대하느냐?’는 논리다. 황 신부는 “구산성당이 사라지면 천주교의 180년 역사가 흐르는 장소를 잃는 것”이라며 “경제논리 때문에 역사적인 가치를 간과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재개발로 인해 성당 이전을 강요받은 것은 구산성당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가재울뉴타운사업’으로 철거 대상이 된 가재울본당은 존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2년 뒤 결국 성당을 이전해야 했다. 아름다운 성당으로 유명했던 의정부교구 교하성당도 재개발 때문에 허물고 다른 곳에 다시 지어야 했다.

황 신부는 “경제적 이익만을 따지는 재개발로 인해 철거되는 성당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길 것”이라며 “한국 교회 차원에서 재개발에 대비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자들이 재개발로 성당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다”면서 관심을 부탁했다. 구산본당은 3월 30일부터 ‘본당 안정과 번영을 위한 100회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미사는 9월 20일까지 이어진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15-04-26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