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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린스 크랑켄 2세의 혼인 잔치의 비유
  • 2020-10-13
[그림 읽어주는 신부] 혼인 잔치의 비유

- 프린스 크랑켄 2세, 혼인 잔치의 비유, 나무판에 유채, 69x88.6cm, 개인소장.

17세기 플랑드르의 화가인 프란스 프랑켄 2세(Frans Francken II, 1581-1642)는 아버지오 아들도 모두 화가인 화가 출신 집안이다. 그는 교회를 장식하는 제단화부터 가정에 거는 작은 성화에 이르기까지 성경을 주제로 많은 작품을 그렸다. 그가 그린 <혼인 잔치의 비유>는 마태오복음 22장 1-14절이 그 배경이다. 왼쪽에 있는 거실을 보면 화려한 벽 장식이 된 실내를 배경으로 신부를 가운데 앉혀놓고 혼인잔치가 성대하게 벌어지고 있다. 벽 장식 위쪽에 과일과 채소를 엮은 화관 모양의 띠 장식은 혼인잔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고, 벽에 걸린 그림에는 <최후의 만찬>과 <그리스도의 부활> 장면이 그려져 있다. 하늘나라 혼인잔치는 지상에서 미사를 통해 미리 체험되고 부활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예복을 잘 차려입고 긴 식탁에 앉아 임금의 아들과 함께 혼인잔치를 즐기고 있다. 임금의 아들은 원형으로 돌아가는 식탁 오른쪽 중심에 앉아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화가는 아들을 알아보게 하려고 그의 복장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화려하게 그렸고, 그를 다른 사람들에 비해 크게 그렸다. 그림 앞쪽에 있는 식탁에는 혼인잔치 음식이 가득히 마련되어 있고, 식탁 아래에는 즐거움을 주는 원숭이를 해학적으로 그렸다. 화려한 그릇에는 포도주가 담겨 있으며, 벽난로 위에는 포도주를 담은 그릇처럼 은장식 그릇들로 가득히 진열되어 있다. 화려한 음식과 화려한 은장식 그릇은 허무하게 사라지는 물질세계를 상징하고, 하늘나라 혼인잔치가 이루어지는 풍성한 식탁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 명의 종은 과방장의 지시에 따라 포도주를 퍼서 손님들에게 나르려고 한다.

그런데 오른쪽 귀퉁이의 현관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임금은 왕홀을 들고 벌거벗은 사람을 바라보며 종들에게 손과 발을 묶어서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지라고 호통을 치고 있다. 또 임금의 뒤에는 군사들이 창과 방패를 들고 문 안으로 들어오고 있고, 두 명의 종과 군인은 예복을 갖추지 않은 사람의 팔과 발을 묶고 있으며,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은 공포에 질려 있다. 임금이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보고 물었다.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임금이 하인들에게 말하였다. ‘이자의 손과 발을 묶어서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마태 22,11-13) 하늘나라 혼인잔치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혼인 예복은 무엇일까? 회개이다. 우리는 회개하여 세속의 옷을 벗어버리고, 천상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2020년 10월 11일 연중 제28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풍수원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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