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미술 산책] ‘엠마오에서의 식사’

- 1565-1570년,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 캔버스에 유채, 로테르담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 네덜란드.

이 작품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식사를 하는 중 같이 있던 두 사람이 그리스도를 알아보는 순간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매우 단순하게 표현되는 이 주제가 이 화면에서는 매우 화려하게 표현되었다. 흰 구름이 지나가는 푸른 하늘과 웅장한 르네상스식 건축물 테라스에서 펼쳐지는 장면으로, 식탁 위에는 16세기 베니스의 아름다운 다마스크 천이 씌워져 있고 인물들은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다. 16세기에 상업은 물론 문화적으로 전성기였던 베니스의 화가 베로네세 작품에서는 당시의 화려함과 풍요로움 그리고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당대 엄격한 전통주의자들에게 비난받은 부분은 바로 테이블 하단 부분으로, 핑크색 새틴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새끼를 밴 강아지를 들어 올려 장난치고 있다. 성스러운 장면의 무거움에 다정한 일상적 요소를 넣음으로써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2018년 2월 11일 연중 제6주일(세계 병자의 날) 청주주보 3면, 박혜원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