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성인] 신심 깊은 이방인 성 코르넬리우스

- 안드레아 프로카치니, <성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는 성 코르넬리우스>, 17세기, 캔버스에 유채, 340x680cm, 성 프란치스코 성당, 우르바노, 이탈리아.

성 코르넬리우스(Cornelius, 1세기)는 이교도인 중에 최초로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이다. 성인은 팔레스티나의 카이사리아 주재 로마군 보병대의 백인대장으로 그에 관한 이야기는 사도행전 10장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백인대장이라고 하면 백 명의 병사를 거느리는 지휘관을 의미하며 로마군대의 핵이라 할 수 있었기에, 성인은 당시에 상당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성 코르넬리우스에 대해서는 “신심이 깊은 그는 온 집안과 함께 하느님을 경외하며, 유다 백성에게 많은 자선을 베풀고 늘 하느님께 기도하였다.”(사도 10,2)고 나타나 있다. 이렇듯 성인은 하느님 말씀에 따라 좋은 남편과 아버지로, 관대한 상관으로 자비로운 인품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리고 성인은 유대교에 호의적이었고, 유대교의 일부 율법을 준수했지만, 할례까지 지키지는 않았다. 성인은 비록 세례는 받지 않았지만 양심적으로 경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오후 세 시쯤, 성 코르넬리우스가 기도를 드리던 중 하느님의 천사가 다가와 성인을 불렀는데, 약간 겁에 질린 성인은 천사를 유심히 바라보며 왜 자기를 부르냐고 물었다. 천사는 성인에게 “너의 기도와 너의 자선이 하느님 앞으로 올라가 좋게 기억되고 있다. 이제 야포로 사람들을 보내어 베드로라고 하는 시몬을 데려오게 하여라.”(사도 10,4-5)라고 말했다. 천사의 말에 따라 성인은 자기가 데리고 있던 종 두 사람과 그의 군사들 가운데 신심 깊은 한 사람을 야포로 보내어 사도 베드로를 데리고 왔다.

사도 베드로는 성 코르넬리우스의 집에 도착하여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리하여 사도 베드로는 그곳에서 예수님의 삶과 메시지를 전하는 일종의 교리 교육을 시작했다. 이미 사도 베드로는 그리스도교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맺으신 첫 번째 계약의 상속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교도 민족에게도 열려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어떤 민족에서건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받아 주시기” 때문이다.(사도 10,34-35)

성 코르넬리우스의 집에 모인 그의 가족, 친척과 가까운 친구들은 베드로의 말을 기쁘게 들었고, 말씀을 듣는 모든 이에게 성령이 내렸다. 성 코르넬리우스가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는 순간 성령의 빛이 내리는 장면을 이탈리아의 바로코풍 화가 안드레아 프로카치니(Andrea Procaccini, 1671-1734)는 자세히 묘사했다. 로마 군사 복장을 한 성인은 경건하게 몸을 굽혀 물로 세례를 받고 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누구나 그분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받을 것”(사도 10,43)이라고 설교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있다. 주변 인물들은 성령의 선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고 있다. 성 코르넬리우스와 온 집안사람들이 모두 세례를 받았다. 이렇게 성인은 사도 베드로의 제자가 되어 열심히 하느님을 찬미하며 신앙생활을 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역사적 근거는 정확하지 않지만 성 코르넬리우스는 카이사리아의 첫 주교가 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마르 15,39)

축일 : 2월 2일
상징 : 로마 군사복장, 천사, 성령의 비둘기

[2018년 1월 21일 연중 제3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palazzochigiariccia.it/collezioni/img/San_Pietro_battezza_il_centurione_Cornelio_49r.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