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성인] 빛의 수호성인 성녀 루치아

- 티에폴로, <성녀 루치아의 영성체>, 1748-50년, 캔버스에 유채, 222x101cm, 산티 아포스텔리 성당, 베네치아.

베네치아의 화가 잠바티스타 티에폴로(Giambattista Tiepolo, 1696-1770)는 15세기에 건축된 베네치아의 코너(Coner)라는 경당의 제단화에 성녀 루치아(Lucia, 4세기 초)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성녀가 순교의 순간에 마지막으로 성체를 모시는 장면이다. 전설에 따르면, 성녀는 칼에 목이 찔린 후 성체를 받고 순교했다고 한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박해가 절정에 달한 시기에 성녀는 재판관에게 끌려가 배교를 강요당했다. 물론 굴복할 성녀는 아니었다. 성녀 루치아는 로마 제국의 그리스도교 박해 말기에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사에서 신심이 깊은 신자였던 윤택한 귀족의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성녀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성녀의 어머니는 딸을 부유한 귀족과 약혼시켰다. 그러나 성녀는 이미 하느님께 몸을 봉헌할 것을 결심한 상태였다.

성녀의 어머니가 병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성녀는 어머니를 부축하여 성녀 아가타의 무덤에 가서 기도하였는데, 어머니의 병이 말끔히 완쾌되었다. 이 일 이후 성녀는 어머니에게 오래전부터, 죽을 때까지 동정을 지킬 것을 서원했으니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어머니는 놀랐지만 성녀의 요청을 승낙했다. 그 후 성녀는 자신의 결혼 준비를 위해 마련했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성녀의 약혼자는 몹시 분개하여 성녀를 시라쿠사의 재판관에게 고발했다. 재판관 앞에 끌려간 성녀는 온갖 고문을 받으며 그리스도교 신앙을 버리도록 강요받았다.

그림에서 성녀 루치아를 나타낼 때 가장 많이 묘사된 것은 접시 위에 놓인 두 눈이다. 티에폴로의 작품에서도 화면 가장 아랫부분에 피 묻은 칼과 접시에 놓인 뽑힌 눈이 보인다. 성녀의 이름 ‘루치아’는 ‘빛’을 의미하는 ‘룩스’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또한 빛과 관련하여서 성녀가 눈알이 뽑히는 형벌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천사들이 성녀의 뽑힌 눈알을 돌려주어 다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성녀는 시력을 잃거나 시력이 약한 사람들, 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고 있다. 또한 재판관은 성녀를 매음굴로 보내 남자들에게 성녀의 몸을 탐하라고 명령했다. 그때 성녀가 하늘을 우러러 하느님의 보호를 청하자, 기이하게도 성녀의 육체는 갑자기 반석같이 무거워져서 힘센 장정 5-6명이 밀고 끌어도 꼼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소들을 매달아 끌어 보았으나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성녀를 장작더미로 태우려 했으나 성녀의 몸은 타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마침내 재판관은 형리를 시켜 성녀의 목을 베도록 했다. 성녀는 목이 베어진 후에도 오래 생명이 유지되어 성체를 모실 수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모습의 성녀 루치아는 무릎을 꿇고 마지막으로 성체를 모시고 있다. 성녀의 모습을 보면, 모진 고문과 칼로 목이 베인 순간 죽음의 두려움보다는 그리스도와의 깊은 만남이 이루어지는 시간을 고대하는 표정을 하고 있다. 성녀의 얼굴과 두 손을 가슴에 얹은 동작에서 그리스도에게 온전히 봉헌한 그녀의 삶과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어둠에서부터 은밀한 것을 드러내시고 암흑을 빛 속으로 끌어내시는 분”(욥 12,22)

축일 : 12월 13일
수호성인 : 안과 의사, 안경원, 시력을 잃거나 약한 사람, 눈병 앓는 사람
상징 : 눈알, 칼, 종려나무 가지, 황소

[2017년 12월 17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s://www.wga.hu/art/t/tiepolo/gianbatt/3_1740s/09s_lucy.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