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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를로 사라체니의 성녀 체칠리아의 죽음
  • 2017-11-15
[명화와 성인] 음악가의 수호성인 성녀 체칠리아

- 카를로 사라체니, <성녀 체칠리아의 죽음>, 1610년경, 캔버스에 유채, 136x99cm,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파이프 오르간, 하프, 콘트라베이스, 루트, 비올라 그리고 모든 현악기는 성녀 체칠리아(Cecilia, 3세기경)와 함께 나타난다. 성녀가 등장하는 작품에서 성녀는 훌륭한 음악가, 무엇보다도 현악기와 건반 악기 연주가로 묘사되곤 한다. 그래서 성녀는 모든 음악가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성녀 체칠리아의 생애는 음악과는 연관이 없다. 다만, 전승에 따르면 성녀가 결혼식에서 내적으로 하느님께 찬양하는 마음의 노래를 불렀다고 하는데, 이것이 와전되어 성녀가 오르간에 맞추어 노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성녀가 음악의 주보성인으로서 악기를 든 모습으로 등장한다.

성녀 체칠리아는 로마의 유서 깊은 명문 귀족의 딸로서, 신앙심 깊은 그리스도인으로 자랐으며 어려서부터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했다. 그러나 성녀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권세 있는 이교도 집안의 청년 발레리아노와 결혼했다. 결혼식이 끝난 후 성녀는 발레리아노에게 자신이 동정을 서약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결심을 존중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느님의 천사가 자신을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이에 발레리아노는 성녀에게 천사를 보게 해주면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발레리아노는 성녀의 뜻에 따라 우르바노 주교(우르바노 1세 교황)에게 교리를 배우고 세례를 받게 되었다. 세례를 받은 발레리아노는 성녀 체칠리아의 수호천사를 볼 수 있었다. 이때 그는 천사에게서 장미 화관을, 성녀는 백합 화관을 받았다. 개종한 발레리아노의 뒤를 이어 그의 동생 티부르티오도 개종했고, 두 형제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버리고, 노예를 풀어주며, 가난한 이들을 돕는 등 그리스도교인의 생활을 지켜나갔으나 끝내 신앙을 지키다가 순교했고, 성녀 체칠리아도 체포되었다.

성녀 체칠리아는 로마의 신들에게 제물을 바칠 것을 거부하여 참수형을 선고받았다. 전설에 의하면, 성녀는 뜨거운 목욕탕에 가둔 채 쪄서 죽이는 형벌을 받았으나, 그 안에서 하루가 지났어도 죽지 않자 참수형을 받게 되었다. 지독한 고문에서 살아나 결국 목이 잘리게 되었으나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형리가 3번이나 성녀의 목에 칼을 휘둘렀으나 역시 목이 잘려나가지 않았기에 성녀는 사흘 동안 목숨을 연명하다가 순교했다.

작품에서 성녀 체칠리아는 간혹 결혼식하는 모습이나 성녀가 뜨거운 목욕탕에서 물통이나 기름통에서 고문을 당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성녀의 전형적인 모습은 악기의 수호성인답게 악기를 손에 들고 있는 장면에 나타난다. 이탈리아 바로크 풍의 화가 카를로 사라체니(Carlo Saraceni, 1580-1620)는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성녀가 맞이하는 죽음의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오른쪽 사형집행인은 긴 검을 들고 성녀의 목을 베기 위해 왼손을 들어 올려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려 한다. 바닥에는 성녀가 음악의 수호성인임을 의미하는 악보를 비롯해 각종 악기가 놓여있다. 아무렇게나 널려져 있는 물건들과 천사와 성녀, 사형집행인의 큰 움직임은 성녀에게 다가올 급박한 죽음의 순간을 강조하고 있다. 순교를 상징하는 붉은색 옷과 동정녀를 상징하는 흰색 옷을 입은 성녀의 얼굴에서는 약간의 두려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천사를 바라보며 십자가 형태처럼 양팔을 벌린 성녀의 동작에서는 순교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성녀의 눈과 마주한 하늘의 천사는 왼손을 성녀의 머리 위에 놓고, 오른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천사는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성녀 체칠리아의 영혼을 받아들여 하늘로 올리려 한다.

“감사드리며 그분 앞으로 나아가세. 노래하며 그분께 환성 올리세.”(시편 95,2)

축일 : 11월 22일
수호성인 : 음악가, 현악기 제작자, 가수
상징 : 악기, 천사, 화관(장미, 백합)

[2017년 11월 12일 연중 제32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s://www.wga.hu/art/s/saraceni/cecilia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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