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성인] 영혼의 무게를 다는 성 미카엘 대천사

- 로지에 반 데르 바이덴, <최후의 심판>(일부), 1445-50, 패널에 유채, 오텔 디외 미술관, 본, 프랑스.

성경에서 악을 물리치는 역할을 담당한 대천사는 미카엘이다. 구약성경에서 미카엘 대천사는 이방의 적들과 직접 싸우며, 요한 묵시록에서는 악의 세력으로 상징되는 용과 싸운다. 일품 제후 천사들 가운데 하나인 미카엘을 페르시아 임금들 곁에 남겨 두고 페르시아 호국 신과 겨루며(다니 10,13), 나라가 생긴 이래 일찍이 없었던 재앙의 때가 왔을 때 책에 쓰인 악마와 다투어 이스라엘을 지켜주고(다니 12,1), 대천사로서 모세의 주검을 놓고 악마와 다투며(유다 1,9),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사탄인 용과 그의 부하들이 하늘에는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도록 무찌른다(묵시 12,7-8).

미카엘 대천사의 도상은 일반적으로 요한 묵시록의 내용에 바탕을 두고 발전해왔다.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미카엘 대천사의 모습은 창과 검, 방패로 무장한 전사(戰士)의 역할이 강조되어 있다. 대부분 대천사는 악에 대한 승리로 긴 창을 용의 입에 겨누거나 용의 머리를 밟고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또한 전사로서 미카엘 대천사는 특히 인간의 영혼 구원과 관련된 주제로 자주 등장한다. 중세 말의 경우 개인 구원의 관심과 국가나 왕, 일족이나 가족 구성원의 구원을 대체하여 미카엘 대천사는 무장한 용사가 아닌 사제의 복장으로 죽은 영혼을 이끄는 역할자로도 표현된다. 대천사는 바닥의 악마를 창으로 제어한 채 한 손에는 죽은 영혼을 상징하는 어린아이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죽은 영혼의 동행자로 묘사된다.

플랑드르 화가 로지에 반 데르 바이덴(Rogier van der Weyden, 1399년경-1464년)의 <최후의 심판> 역시 영혼의 구원에 대한 관심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천상에는 심판자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성모 마리아와 세례자 요한, 사도들이 자리하고 있다. 네 명의 천사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하는 표징(돌기둥, 십자가, 가시관, 창과 해면)들을 들고 있다. 그리고 다른 네 명의 천사는 미카엘 대천사를 둘러싸고 세상 종말을 알리는 나팔을 불고 있다.

지상의 대천사 미카엘은 죽음에서 깨어난 자들의 영혼을 달고 있다. 대천사는 칼 대신 공정의 도구인 저울을 들어 최후 심판의 날에 의인과 악인의 영혼을 나누고 있다. 최후의 심판을 다루는 로지에의 그림에서 권좌에 앉은 재림의 그리스도가 강조되었다기보다 미카엘 대천사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살아지은 죄와 선행을 재는 대천사에게 더 큰 의미가 부여되고 있으며 복장도 사제의 복장으로 영생과 영벌의 심판을 담당하는 자의 성격이 강조되고 있다.

미카엘 대천사가 들고 있는 저울에는 죽은 자의 상징인 벌거벗은 육체가 양쪽에 달려 있다. 저울 왼쪽 접시에 사람(의인)은 가벼운 영혼으로 정화되어 하늘로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오른쪽 접시에 앉은 사람(악인)은 죄를 지은 영혼으로 천국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지옥으로 던져질 것이다. 요한 묵시록에 따라서 최후의 심판을 알리는 천사들의 나팔 소리와 함께 대천사는 양쪽 저울에 죽은 자들 각각의 죄의 무게를 가늠하고 있다.

미카엘 대천사는 빛과 어둠, 선과 악, 구원과 타락 등에서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믿는 사람의 영혼을 보호하고 임종 때 피난처가 되어 주어 임종자와 경찰의 수호자이기도 하다.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요한 3,18)

축일 : 9월 29일
수호성인 : 경찰, 임종자, 저울생산자
상징 : 검, 창, 저울

[2017년 9월 17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s://www.wga.hu/art/w/weyden/rogier/09beaune/05beaun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