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성인] 복음사가 성 마르코

- 틴토레토, <난파된 사라센 선원들을 구하는 성 마르코>, 1562-66, 캔버스에 유채, 398x337cm, 아카데미아 미술관, 베네치아.

성 마르코(Marcus, 1세기경)는 로마에서 성 베드로의 가르침에 따라 「마르코 복음서」를 저술했다. 성인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는 아니었지만,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기록하고 전파하는 일에 선택된 사람이었다. 전해지는 자료에 따르면 성인은 성 바르나바의 조카로 키프로스 태생의 레위 사람이다. 성인은 성 바오로 사도의 첫 번째 선교 여행에 동행했고 이후에는 성 바르나바와 함께 키프로스로 전교 여행을 했고, 나중에 성 베드로와 함께 로마로 갔다고 전한다. 성인이 로마로 간 뒤의 행적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설교하며 그곳에 최초의 그리스도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전승에 의하면, 성인은 알렉산드리아의 초대 주교였으며, 미사 집전 중 이교도들에게 붙잡혀 목에 밧줄이 묶인 채 도시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고문 끝에 순교했다고 한다. 이교도들이 성인의 시신을 불태우려 하자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쳤고, 그 자리에 있던 이교도들은 놀라 달아났다고 한다. 이때 신자들이 성인의 시신을 수습해 인근 교회에 모셨다고 한다. 그 후 성 마르코의 유해는 829년에 베네치아 상인들에 의해 알렉산드리아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성당으로 옮겨져 공경 받고 있다.

성 마르코의 도상(圖像)에는 복음서를 들고 있는 사람과 함께 사자나 책이 등장한다. 또한 성 마르코가 성 베드로, 천사, 성령의 비둘기, 그리스도의 도움을 받아 복음서를 작성하는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특히 성인을 둘러싼 다양한 전설들도 작품의 소재가 되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의 예는 베네치아의 거장 틴토레토가 그린 ‘성 마르코의 기적’ 연작이다. 베네치아 화가 자코 로부스티(Jacopo Robusti, 일명 ‘어린 염색공’이란 뜻의 ‘틴토레토’ Tintoretto, 1518-1594)는 극적인 빛의 사용과 인물의 과장된 동작과 역동적인 구성으로 성 마르코의 기적 이야기들을 그렸다. 급하고 짧은 필치로 그림의 마무리가 부족하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거친 붓 터치와 색채를 사용했다. 많은 인물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꽉 찬 화면 속에서 성 마르코의 기적을 박진감 넘치게 전달하고 있다.

성 마르코는 난파한 배의 사라센 선원들을 구해주는 기적을 행했다. 그림에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거센 바다와 검은 먹구름이 뒤덮인 하늘 아래로 배가 난파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멀리 배 한 척은 이미 뒤집혀 사람들이 바다로 떨어져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있고, 앞에 구명선을 탄 사람들도 생명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때 하늘에서 성 마르코가 나타나 사라센 선원을 구한다. 찬란한 빛을 발산하며 붉은 옷을 입은 성인은 난파한 배의 선원을 끌어올리고 있다. 살아난 선원은 개종하기로 성 마르코와 약속을 했으나, 그는 곧 맹세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성인은 그 맹세를 일깨워 주고자 그에게 다시 나타났고, 이에 그는 바로 베네치아로 가서 세례를 받았다. 그는 세례명을 마르코라고 지었다.

“교회는 온 세상 곳곳에 퍼져 있지만 같은 한 집안에 사는 것과 같습니다. 온 교회는 마치 한 영혼과 한 마음만을 지니고 있듯 이것을 믿고, 또한 흡사 하나의 입만을 가지고 있듯 일치된 목소리로 그것을 전파하고 가르치고 또 전수해 줍니다.”(성 이레네오 주교의 저서 『이단자를 거슬러』에서 중)

축일 : 4월 25일
수호성인 : 공증인, 안경사, 유리 제작자, 사육자, 번역가
상징 : 사자, 책 또는 두루마리, 긴 펜

[2017년 4월 23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s://www.wga.hu/art/t/tintoret/3a/4mark.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