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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 프리외르의 장인의 성 베드로의 열쇠
  • 2016-10-22
[말씀이 있는 그림] 예수님께 부여받은 사명

- 생 프리외르의 장인, <성 베드로의 열쇠>, 1470년경,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 쾰른, 독일.

예수님께서는 열한 제자에게 온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을 둘러싼 열 명의 제자와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은 베드로가 보인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주실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마태 16,19) 열고 잠그는 기능을 가진 열쇠는 권위의 상징으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매고 풀 수 있는 권한을 주시고, 아버지로서 교회를 다스리도록 권한을 부여하신다.

이것을 지켜보는 다른 제자들은 각기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취하고 있다. 가장 젊은 요한은 두 손을 모은 채 예수님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제자들 가운데 더러는 예수님을 향해 신뢰의 마음과 다짐하는 표정이지만, 더러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인상도 보인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 전체를 가리키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신 분의 자격으로 베드로에게 사도로서 수행해야 할 사명을 말씀하신다.

그림 전체는 베드로의 행적을 마치 성경을 읽어 나가는 것처럼 배경에 작은 이미지로 배치하여 묘사하고 있다. 왼쪽 앞에 천사와 베드로가 있다. 사도행전 12장을 살펴보면, 43년에 베드로가 헤로데 임금에게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다가 천사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탈출하는 일화가 나온다. 천사는 베드로를 감옥에서 밖으로 이끌고 있다. 화면 뒤쪽으로는 배 위에 있던 베드로가 예수님을 보고 너무 기쁜 나머지 배에서 내려 호수로 뛰어드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 왼쪽 건물 안에는 베드로가 한동안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무두장이란 직업은 부정한 짐승과 죽은 동물의 가죽을 다루는 일이었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무두장이를 경멸하며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러나 베드로는 시몬을 멀리하지 않고 함께 지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베다니아 마을에 사는 바리사이 사람인 시몬의 집에 초대받아 손님들과 함께 식사하셨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또한 이때 어느 행실이 좋지 못한 여인이 예수님을 찾아와 가르침을 듣고 회개하게 된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무시 받고 죄 많은 사람과 식사하시며 그들을 위해 세상에 오셨다고 말씀하신 그 모습처럼 그려진 것이다. 화면 오른쪽 뒤에는 베드로가 로마인들의 박해를 피해 로마를 떠나고자 할 때, 아피아 가도에서 마주 오는 십자가를 무겁게 지고 가시는 예수님과 만나는 장면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베드로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베드로가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물으니,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려고 로마로 가는 길이다.”라고 대답하신다. 베드로는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로마로 가 교우들에게 예수님을 본 환시를 전한다. 그러나 베드로는 로마 군사에게 체포되었고, 그는 예수님과 똑같은 방식으로 죽을 수 없다는 이유로 머리를 아래로 두고 거꾸로 매달려 십자가에서 처형되었다. 그림의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열쇠를 주시면서 그 열쇠와 더불어 부여한 책임을 베드로가 끝까지 완수하는 순간으로 이끌고 있다. 여기 모인 다른 제자들 역시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것과 같은 능력을 부여받고, 죄의 용서와 구원의 은총을 가져다주는 “세례를 주고”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는 제자 공동체를 이룩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당신 말씀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라고 나에게 주신 직무에 따라, 나는 교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콜로 1,25)

[2016년 10월 23일 연중 제30주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 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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