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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헬름 라이블의 교회의 세 여인
  • 2016-10-19
[말씀이 있는 그림] 기도

- 빌헬름 라이블, <교회의 세 여인>, 1878-81, 나무에 유채, 113x77cm, 함부르크 미술관, 독일.

세 명의 여자가 교회에 앉아 기도하고 있다. 19세기 독일 사실주의 화가들 가운데 손꼽히는 빌헬름 라이블(Wilhelm Leibl, 1844-1900)은 당시 독일에서 유행하던 낭만주의의 부자연스러운 감상성을 거부하고, 일상적인 삶을 정확하게 보여주면서, 평범한 사람들을 미술의 주제로 삼았다. 그는 생애 대부분을 농민으로 지냈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정확한 묘사력과 날카로운 관조력으로 농민들의 삶을 충실하게 그릴 수 있었다. 라이블은 “나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그린다. 어쨌든 그들의 영혼은 이미 거기에 담겨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처럼 그의 회화는 자연, 사물, 사람, 배경 등이 매우 섬세한 빛과 색채와 엄격한 자연주의의 특징을 이루는 객관적인 표현 방법을 화폭에 주도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 세 명의 여인은 바로크식 장궤틀 의자에 앉아 각각 다른 방법으로 기도하고 있다.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나이가 들어 보이고 한 명은 젊어 보인다. 라이블이 독일의 뮌헨에 거주하는 동안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인 구스타프 쿠르베를 알게 되면서 새로운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게 되었으며, 평범한 농부와 시골 사람들의 생활을 솔직하게 묘사하게 된 것이다.

화가는 시골 성당의 주일미사에 참석한 세 여인을 각기 다른 연령층으로 표현하고 있다. 서로 각기 다른 연령대의 여인들은 서로 다른 자세와 방법으로 기도하고 있다. 세 사람의 가운데 있는 여인이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인다. 양쪽의 두 여인은 마치 노파를 보호하려는 듯 양쪽으로 갈라 앉아 있다. 허리를 굽혀 기도서를 보고 있는 여인의 주름진 얼굴과 투박하고 큰 손에서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인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녀가 들고 있는 기도서는 평생 사용했을 것 같은 누렇게 빛바랜 종이와 무게감이 느껴진다. 기도서에 배인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하느님을 신뢰하고 그분의 계획을 배우며 마음의 의심 없이 기도에 정성을 쏟고 있다.

반면에 오른쪽 젊은 여인은 지역 축제에서 입는 의상을 곱게 차려입고 기도서를 읽고 있다. 그녀의 기도서는 옆 노파의 오래된 두꺼운 기도서와는 달리 얇은 두께로 된 새 기도서이다. 젊은 여인의 손은 옆의 여인들보다 주름이 없고 까맣게 그을리지는 않았지만, 라이블은 이 여인의 손 역시 커다랗게 묘사하고 있다. 일하는 손으로 땀 흘리며 살아가는 여인들임을 뜻한다. 왼쪽 끝에 앉은 여인은 다른 두 여인과는 다르게 기도서 없이 두 손만을 모은 채 제단을 바라보며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글을 모르는 여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 여인의, 굵은 마디마디에 주름진 커다란 손은 햇볕에 그을린 짙은 누런 색깔을 띠며 고단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세 여인은 피곤하고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계획과 일치하며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진실한 기도 없이 있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용기를 내어라, 예루살렘아! 너에게 이름을 지어 주신 분께서 너를 위로하시리라.”(바룩 4,30)

[2016년 10월 16일 연중 제29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s://www.wga.hu/art/l/leibl/3wome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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