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갤러리

전체메뉴
  • 검색

가톨릭성미술

back

sub_menu

  • 가톨릭성미술 > 성화/이콘 해설

  • 부자와 라자로(에히터나흐 필사본)
  • 2016-09-25
[말씀이 있는 그림] 가난한 라자로의 행복

<부자와 라자로>, 1035-1040년경, 30.9×22.4cm, 에히터나흐 필사본, 게르만 국립박물관, 뉘른베르크, 독일.

예수님께서는 매우 즐겁고 호화로운 삶을 살다가 죽어서 지옥으로 간 부자와 부잣집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로 근근이 살다가 죽어서 천국으로 간 라자로에 관한 비유를 말씀하셨다.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는 세상의 재물과 천상의 부에 관한 차이점을 이야기하며, 부유한 사람을 단죄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로하고 있다.

화가들은 이 이야기를 두 가지 장면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는 비단옷으로 호의호식하는 부자가 화려한 테이블에 앉아 연회를 즐기는 가운데, 가난한 라자로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허기진 배를 채울까 하여 부자의 문밖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장면이다. 다른 한 장면은 부자와 라자로가 죽었을 때, 라자로는 평화의 장소인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고, 부자는 지옥 깊은 곳 불길 속에서 고통받는 장면이다.

에히터나흐 필사본은 이러한 두 장면 모두를 세 단으로 나누어서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한 칸씩 내려가며 성경을 읽듯이 이미지를 읽어나가면 된다. 맨 위 그림은 부자가 진수성찬의 식탁 앞에서 연회를 즐기고, 그의 상에서 떨어진 음식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으려는 라자로가 문밖에서 가엾게 웅크리고 있는 장면이다. 오래전부터 로마 황제와 일가 귀족들의 특권이었던 자주색 옷을 입은 부자는 자기 집 앞에서 종기투성이 몸으로 먹을 것을 찾는 가난한 라자로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부자는 대문에서 라자로를 보았지만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러나 문턱에 있는 개들은 라자로의 종기를 핥고 있다. 부자에게는 개들이 라자로에게 보여준 관심조차 없다. 그는 비싼 옷을 걸치고 자신의 재산을 과시할 뿐, 자기 이웃이나 사마리아의 부자들처럼 하느님을 위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의 재산은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만 여유로웠다. 그러나 라자로라는 이름이 히브리어로 “하느님은 나의 도움이시다.”라는 뜻인 것처럼, 아무 가진 것 없는 종기투성이의 배고픈 라자로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하느님께서 자기를 구하러 오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두 명에게 죽음 이후에 전혀 다른 세계의 삶이 펼쳐진다. 두 번째 단은 죽은 라자로의 영혼을 하느님의 천사들이 인도하는 장면이다. 라자로는 하늘나라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천국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 아브라함은 평생 고통을 겪은 라자로를 위로하고 있다. 반면, 맨 아랫단은 부자의 임종 장면이다. 악마들이 부자의 영혼을 끌고 가고 있다. 부자는 물 한 방울도 구걸할 수 없는 지옥의 불길 속에서 신음하며 고통을 겪고 있다. 부자는 재물을 소유했지만,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했지, 정작 그의 교만과 이기적인 마음으로 재물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나누지 않았다. 재산을 신뢰한 부자는 이처럼 엄청난 종말을 맞이한 것이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가난한 사람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많은 재물을 가졌으나 그것을 누리는 방법을 몰랐다. 오히려 병들고 가난한 라자로는 가난 속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였기에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

[2016년 9월 25일 연중 제26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5,689
  • 0

tag

주호식(jpatrick)gallery

facebook twitter pinterest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