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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건초 수레
  • 2016-08-22
[말씀이 있는 그림] 탐욕과 혼돈, 그리고 분열

- 히에로니무스 보스, <건초 수레>, 1500년경, 패널에 유채, 140×100cm, 산 로렌초 수도원, 엘 에스코리알, 스페인.

상상력이 풍부한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1516년)는 지상의 쾌락으로 타락하고 어리석음에 빠진 인간이 최후에는 지옥의 길로 향하는 주제를 선호했다. 세 폭의 패널로 구성된 <건초 수레>의 중앙 패널에서도 인간의 타락한 도덕성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왼쪽 패널에는 아담과 이브의 탄생과 뱀의 유혹, 그리고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 패널은 죄로 인하여 벌을 받게 될 인간들을 수용할 새 건물을 짓고 있는 악마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는 화염에 휩싸인 지옥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건초 수레>의 중앙 패널에는 커다란 건초더미를 가득 실은 짐마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시끌벅적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네덜란드에는 “세상은 건초더미이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그 건초더미에서 각자 움켜잡을 수 있는 만큼 취한다.”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건초더미 주위에 사람들의 행동은 각각 다르지만 하나같이 한 움큼이라도 건초를 더 가지려고 욕심스럽게 다투고 있다. 건초더미 바로 뒤에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말에 탄 교황과 황제의 모습과, 사다리를 놓고 건초더미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람들은 바퀴에 걸려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손에 건초를 조금이라도 더 움켜잡으려고 서로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모두가 이 커다란 건초더미를 보호하려는 마음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건초를 양껏 차지하려 한다.

건초 수레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한없는 욕심을 상징한다. 그림 아래에는 뚱뚱한 수도사가 한 손에는 포도주 잔을 들고 자신이 모아놓은 건초를 보며 흐뭇해하고 있고, 그를 대신해 수녀들이 큰 자루에 건초를 채워 넣고 있다. 이들은 수도자로서의 서약은 저버리고 교회 재산을 빼돌리고 있다. 왼쪽에는 여자 환자가 고통스럽게 돌팔이 의사에게 치료받고 있고, 그 옆에 우는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 집시가 한 여인의 손금을 읽고 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검정 모자에 망토를 두르고 아이를 업은 마술사이자 도둑이 보인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탐욕에 젖어 도둑질과 속임수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의 위쪽에는 칼을 휘둘러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부를 향한 인간의 온갖 탐욕과 범죄, 혼돈과 분열의 결과로 결국 무시무시한 사탄과 같은 괴물들에 의해 지옥으로 가리라고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수레가 도착할 목적지는 최후의 심판인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위해 건초더미와 같은 많은 것들을 마련해 주셨지만, 사람은 어리석게도 그 더미를 혼자 차지하려 한다. 각자의 욕망을 위해 서로 분열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림 위쪽에서처럼,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시는 예수님의 양손에 못 자국이 남아 있듯이 사람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죄를 없애주시고자 세상에 오셨고, 사람에게 용서와 구원을 주시고자 하신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용서와 구원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선과 악 사이에서 우리는 각자의 마음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

“우리도 온갖 짐과 그토록 쉽게 달라붙는 죄를 벗어 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히브 12,1)

[2016년 8월 14일 연중 제20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s://www.wga.hu/art/b/bosch/4haywain/12ecentr.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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