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만나는 성화]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성모님의 대관 - 디에고 벨라스케스, 성모님의 대관, 1641~1644년경, 프라도 미술관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황실 화가로서 바로크 회화의 정점에 선 인물이며, 그중 「성모님의 대관」은 그의 종교화 가운데 드물게 남아있는 작품이다. 성모 마리아가 천상에서 하느님의 영광 안에 받아들여지는 장면을 다룬 이 작품은 전례력 중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의 신비와도 깊은 관련을 맺는다. 이 작품 중앙에는 하늘에서 높이 들려진 성모 마리아가 위치하며, 양옆으로는 성부 하느님과 성자 예수님께서 함께 계신다. 협조자 성령은 머리 위에 비둘기의 형상으로 묘사되어,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성모님을 둘러싸며 관을 씌우는 신비로운 장면이 연출된다. 성모님은 영적 순결을 상징하는 푸른 망토와 흰색 의복을 입고 두 손을 겸손히 가슴에 모으고 있다. 이 자세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는 마리아의 응답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는 마리아가 하느님 계획 안에서 순명으로 참여한 여정의 완성을 뜻하며, 하늘의 여왕으로서의 대관은 그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자 교회가 지향하는 성덕의 표지다. 벨라스케스는 바탕 없는 하늘 배경 속에서 인물들을 성스러운 빛으로 띄워 올리듯 묘사하였다. 인물들의 표정은 차분하고 내면적인 기도를 반영하며, 군더더기 없는 구성은 성모 마리아의 겸손과 삼위일체 하느님의 일치를 강조한다. 구도는 고전적 삼각형 구조를 택하면서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조로 경건함을 자아낸다. 성모 승천 대축일은 교회가 성모 마리아의 전 생애가 하느님의 뜻에 대한 완전한 응답이었음을 기념하며, 마리아가 지상 생애를 마친 후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으로 올라가신 사건을 경축하는 날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0년 11월 1일 발행한 사도헌장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Munificentissimus Deus)”에서 이를 신앙교의로 선포하였다. 이 대축일은 단지 성모 마리아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하느님 은총 안에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구원의 완성을 예고하는 사건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성모님의 대관은 승천의 신비에 대한 영광의 절정으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간 육신이 타락이 아닌 구속과 영화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 된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은 이러한 승천-대관의 연속 신비를 시각적으로 하나로 연결하며, 전례와 신심, 교의의 통합된 형상을 보여준다. 우리는 작품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성모님의 시선을 따라 내면의 침묵과 기도를 체험하게 되고, 삼위일체의 신비와 성모의 역할을 성찰하는 자리로 초대된다. 특히 성부와 성자의 손이 하나의 관을 함께 씌우는 장면은, 마리아가 단지 성자의 어머니일 뿐 아니라 삼위일체의 신비 안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냄을 알아볼 수 있다. [2025년 8월 31일(다해) 연중 제22주일 대전주보 11면, 권영명 안드레아 신부(솔뫼 교구역사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