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 이야기] 부자의 대문 앞에 있는 라자로 - 표도르 브로니코브(Fyodor Bronnikov, 1827?1902), 1886년 제작, 패널 위 유화, 127×84.5cm, 개인소장 루카 복음 16장 19-31절에 나오는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이 비유는 부자와 거지 라자로의 ‘지상에서의 삶’과 ‘천상에서의 삶’을 비교해 주는 이야기이다.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루카 16,19-21) 본 작품에서는 대리석 계단 아래에 거지로 보이는 나이 먹은 인물(라자로)이 힘없이 누워있고, 그 옆에는 성경 말씀처럼 개 한 마리가 보인다. 계단 위쪽의 굵은 기둥 뒤 화려한 불빛이 보이는 곳에는 붉은 커튼 너머로 언뜻 보기에도 성대한 연회가 벌어지고 있고, 춤추는 무희와 구경하는 이들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중 그 누구도 라자로에게 관심이 없으며, 무거운 술(혹은 음료)이 든 통을 나르는 어린 시종이 보이지만, 이도 라자로를 무심히 지나칠 것이다. 그림의 배부분을 차지하는 여백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025년 8월 31일(다해) 연중 제22주일 군종주보 3면, 김은혜 엘리사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