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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미술 > 성화/이콘 해설

2020-09-26

안드레이 미로노프의 두 아들의 비유

[그림 읽어주는 신부] 두 아들의 비유

- 안드레이 미로노프, 두 아들의 비유, 2012년, 캔버스에 유채, 70x100cm, 개인 소장.

세 사람이 있다. 왼쪽에 있는 흰 수염의 노인은 아버지이고, 오른쪽에 있는 이들은 두 아들이다. 창문 밖으로 포도원이 보이고,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얘야,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 하고 일렀다. 두 아들의 반응은 심상치가 않다. 맏아들은 고개를 돌리고 손을 들어 아버지에게 거부 의사를 표한다. 다른 아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가겠다며 순종하는 듯하다. 그날 둘 중 하나만 아버지의 포도원에 가서 일을 했다. 어느 아들일까? 놀랍게도 아버지의 명을 따른 아들은, 명을 거부했던 맏아들이다. 그는 싫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 또 다른 아들은 ‘가겠습니다. 아버지!’ 하고 대답하였지만 가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마태오복음 21장 28-30절에 나오는 두 아들의 비유이고, 이 작품은 러시아의 종교화가 안드레이 미로노프(Andrey Mironov. 1975~)가 그렸다.

아버지는 왜 두 아들에게 포도원에 가서 일을 하라고 했을까? 포도원은 아버지의 것이나, 곧 아들의 것이 될 것이다. 가업이라는 뜻이다. 아버지가 보기에 두 아들은 포도원의 일꾼이 아니어서 두 아들이 포도원을 자기 일처럼 돌보길 바랐을 것이다. 시켜서 가는 것은 일꾼의 태도이므로, 두 아들이 스스로 가기를 기다리다가 영 안 갈 것 같으니 가서 일하라고 했던 것이다. 돌보는 자가 없으면 포도원은 엉망이 된다. 가지치기, 봉지 씌우기, 살충과 잡초제거 등 하루 종일 일을 해도 부족하다. 돌보는 손길을 기다리는 수많은 포도들을 외면하는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아버지의 명을 대놓고 거부한 맏아들은 자신의 항명이 아버지의 마음을 상하게 했음을 후회하고 뒤늦게라도 포도원에 갔을 것이다. 또는 자신이 아버지의 후계자라는 책임감 때문에 갔을 수도 있다. 가겠다고 해 놓고 안 간 다른 아들은 아버지에게 명을 따르겠다고 말하는 게 중요하지, 포도원에 안 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비록 나중에라도 포도원에 간 아들은 아버지의 명을 따랐지만, 심중에 포도원에 대한 애착이 없다면 그 역시 완전한 게 아니다. 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아버지의 가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일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의 가업을 이을 사람이 누구일까?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왜 세리와 창녀들이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보다 먼저 하느님 아버지의 가업을 이을까?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믿지 않았지만 세리와 창녀들은 믿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믿고 행동으로 따르는 이가 결국에는 하느님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게 된다.

[2020년 9월 27일 연중 제26주일(이민의 날)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풍수원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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