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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미술 > 성화/이콘 해설

2019-12-10

피터 브뢰겔의 세례자 요한의 설교

[그림 읽어주는 신부] 세례자 요한의 설교

- 피터 브뢰겔, 세례자 요한의 설교, 1566년, 목판에 유채, 95x160.5cm, 국립미술관, 부다페스트, 헝가리.

피터 브뢰겔(Pieter Bruegel the Elder, 1525-1569)이 살았던 16세기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 탄압을 받았고, 특히 합스부르크 왕가의 카를 5세 때에는 폭정이 극에 달했다. 이런 암울한 분위기에서 속을 터놓고 비방할 수가 없었기에 네덜란드 국민들은 속담이나 풍자를 통해 진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당시 부패한 지도자들을 풍자하면서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표현한 화가가 브뢰겔이고, 그가 1566년에 그린 <세례자 요한의 설교>에도 타락한 지도자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으며,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는 풍자화가의 좋은 소재였다. 요한은 헤로데 임금이 자기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를 아내를 맞아들이자, 헤로데에게 “그 여자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마태 14,4) 하고 여러 차례 말하며 의로운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군중은 세례자 요한을 따랐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많은 군중이 비탈진 산에 몰려들어 세례자 요한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군중들 중에는 칼을 찬 군인도 있고, 수도복을 입은 수도자들도 있으며, 돈 자루를 찬 세관원도 있고, 지팡이를 들고 가방을 메고 순례를 하는 순례자도 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도 있고, 시녀의 옷을 입은 하인도 있으며, 좋은 옷을 입은 귀족도 있지만 대부분은 평민의 옷을 입은 농민들이다. 아이들은 나무에 올라 요한의 설교를 들으려한다. 군중들의 시신은 중앙에 있는 요한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광야에서 살았던 그는 낙타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두르고 두 팔로 설교를 하고 있다. 군중은 순수한 표정으로 요한의 설교를 경청하고 있지만, 전경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요한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잡담을 하고 있는데, 요한의 설교에 고개를 돌리는 사람 옷 위에는 개가 앉아 있다. 설교를 듣지 않는 그를 풍자적으로 욕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우리도 회개하고 주님을 길을 곧게 내라는 요한의 설교에 시선을 회피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요한이 왼손으로 가리키는 하늘색 옷을 입은 팔짱을 끼고 있는 사람이다. 요한은 그를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내 뒤에 오시는 분’(마태 3,11)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은 그들과 함께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화가만이 예수님을 밝은 빛으로 표현해 세상의 빛으로 오신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묘사했다. 브뢰겔은 요한이 직접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여주는데도 그것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고발하고 있다. 혹시 우리도 우리 곁에 계시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2019년 12월 8일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춘천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풍수원성당)]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s://www.wga.hu/art/b/bruegel/pieter_e/09/01bapti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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