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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미술 > 성화/이콘 해설

2019-10-09

헤리트 도우의 성경을 읽고 있는 노파

[그림 읽어주는 신부] 성경을 읽고 있는 노파

- 헤리트 도우, 성경을 읽고 있는 노파, 1635년, 패널에 유채, 71x56cm,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네덜란드.

헤리트 도우(Gerrit Dou, 1613-1675)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풍속 화가이다. 렘브란트의 첫 제자로 일생 동안 레이던의 렘브란트 작업실에서 배운 초기 기법을 충직하게 고수했다. 정확하고 치밀한 묘사와 극도로 작고 세밀한 화면을 특징으로 하며, 일상의 소소한 사물과 풍경을 소재로 ‘정교한 회화’를 구현한 가장 전형적인 화가이다. 도우가 1635년에 그린 <성경을 읽고 있는 노파>는 작고 정교하며 일상의 소소한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스승인 렘브란트가 성경을 읽고 있는 노모의 초상을 그린 <예언자 한나>를 모방했다. 도우는 일생 동안 렘브란트가 관심을 가진 빛과 어둠의 대조를 끊임없이 연습했고, 렘브란트와 반대로 얇고 세밀한 붓을 사용하여 작업을 했다.

이 그림에서 도우는 노파의 모피에 있는 동물의 털을 섬세하게 그려 모자와 주름진 목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데 성공을 했다. 이처럼 탁월한 표현력은 특히 노파가 손으로 잡고 있는 성경의 인쇄를 정확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는 데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 당시 칼뱅주의를 신봉했던 네덜란드에서는 여인이 성경을 통독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홀로 외로이 성경을 읽고 있는 노파는 오직 하느님만 믿고 의지하는 모습이다. 사도 바오로는 티토에게 편지를 썼다. “나이 많은 여자들은 몸가짐에 기품이 있어야 하고, 남을 험담하지 않고, 술의 노예가 되지 않으며, 선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느님의 말씀이 모독을 받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티토 2,3.5) 그래서 도우가 그린 노파의 모습도 기품이 있어 보인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면서 밤낮으로 촛불을 켜놓고 묵주기도를 바치는 노모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17년이나 지났다. 아버지는 폐암에 걸렸을 때 오히려 잘 됐다며 허벅지를 치셨다. 월남전 고엽제 피해 판정을 받아 어머니가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목숨 값을 바쳐 아내에게 연금을 선물로 주고 간 노모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자식들은 모에게 걱정만 준다. 그러기에 오직 하느님만 믿고 의지하는 것이 노모에게 위로가 된다. 사도들이 주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님께서 이르셨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루카 17,5-6) 젊은이들과는 달리 성경을 읽고 있는 노파와 묵주를 손에 들고 있는 노모는 바로 그런 믿음을 지녔다.

[2019년 10월 6일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풍수원성당)]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s://www.wga.hu/art/d/dou/1/old_rea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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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jpat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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