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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미술 > 성화/이콘 해설

2019-08-18

마르크 샤갈의 저수 동굴에 갇힌 예레미야

[그림 읽어주는 신부] 저수 동굴에 갇힌 예레미야

- 마르크 샤갈, 저수 동굴에 갇힌 예레미야, 1956년, 동판화, 44.45x33.02cm, 스미스칼리지 미술관, 노샘프턴, 미국.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러시아의 비테프스크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화가이다. 환상적이고 독창적인 그림을 그린 샤갈은 유화, 수채화, 동판화, 파스텔화, 유리화, 모자이크 등으로 다양하게 성경을 회상하여 많은 성화를 남겼고, 그가 1956년에 그린 <저수 동굴에 갇힌 예레미야>는 동판화 성경 연작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을 보면 물 없는 저수 동굴에 갇힌 맨발의 한 노인이 무릎을 꿇고 포박된 채 피땀을 흘리며 미간을 찌푸리고 몹시 괴로워하며 고개 숙여 기도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한 천사가 나타나 그를 건드리며 하느님의 뜻을 전하려 한다. 이 노인은 과연 누구일까? 그는 저수 동굴에 갇힌 예언자 예레미야이다. 예레미야는 ‘주님께서 내던지시다.’라는 뜻을 지닌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상징적인 행위로 설교를 했는데, 옹기장이 집에 도착한 그가 옹기그릇을 던지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예언했기 때문이다.(예레 19,11) 그래서 그의 등 뒤에는 버려진 옹기그릇이 하나 있다.

예레미야의 생애 전체가 참회의 설교였다. 그는 예루살렘 도성은 바빌론 임금의 군대에게 넘어가 점령당할 것이라고 예언했고, 대신들은 재앙을 말하고 있는 그가 백성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임금에게 이런 자는 마땅히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치드키야 임금은 예레미야를 붙잡아 경비대 울안에 있는 저수 동굴에 집어넣었다. 그들은 예레미야를 밧줄로 묶어 저수 동굴에 내려 보냈는데, 그곳에는 물은 없고 진흙만 있어서 그는 진흙 속에 빠졌다.(예레 38,5-6) 저수 동굴 안에 갇힌 고독한 예언자는 어떤 기도를 했을까? 아마도 그는 이스라엘의 회개를 위해 기도했을 것이다. 에티오피아 사람 에벳 멜렉은 임금에게 가서 예레미야가 저수 동굴에서 굶어 죽을 것이라고 말하자, 임금이 명령하여 예레미야 예언자가 죽기 전에 그를 저수 동굴에서 꺼내주었다. 예레미야는 정작 그 예언이 실현되기까지 40년이나 되는 세월을 홀로 고독과 모욕과 폭력의 희생자로 살았다. 그러나 그의 기도는 불평과 탄식과 의문을 끝나지 않고, 항상 하느님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수 동굴 안에서도 그는 큰 빛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19년 8월 18일 연중 제20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손용환 요셉 신부(캐나다 런던 성 김대건 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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