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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미술 > 성화/이콘 해설

2019-01-07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시대의 정신

성화 이야기 (8)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시대의 정신

많은 젊은이들이 찾는 핫스팟 중 한 곳인 홍대거리.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 중 하나인 절두산 성지가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이 성지는 병인박해 때 24위 성인들과 함께 수많은 신앙 선조들이 순교하신 곳입니다.

이곳에 가면 두 개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동상을 볼 수 있어요. 하나는 초입에 십자가 형태의 길로 나누어진 푸른 잔디밭 건너편의 커다란 청동상이고 다른 하나는 성모동산을 지나 한강 변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자그마한 황동상이지요. 신부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이자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순교의 길을 걸으신 한국 천주교의 자랑이며 위대한 신앙선조 중 한 분이시죠.

그런데 신부님의 두 동상은 참 많이 다른 느낌이에요. 초입에 있는 동상은 조선 시대 양반 의복에 사제의 상징인 영대를 메고, 십자가 형상이 새겨진 성경을 들고 오른손을 앞으로 쭉 뻗으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입니다. 마치 카이사르나 나폴레옹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게다가 4M가 넘는 이 동상은 6M 가까운 좌대 위에 세워져 있어 그 앞에 서면 웅장하고 위엄있는 모습에 압도되고 말지요.

다른 하나는 조금은 작은 크기로, 왜소한 모습의 신부님이 의자에 앉아 겸손한 모습으로 두 손을 곱게 모은 채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같은 김대건 신부님 동상인데 왜 작가들은 이렇게 다르게 표현할까요? 저는 잔디밭 위에 서 있는 커다랗고 위엄있는 모습의 동상을 통해 그 이유가 무엇일지 한번 유추해 보고자 해요. 이것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지요. 여러분들 혹시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알고 계시나요? 누구나 한 번쯤은 이 동상을 보신 적이 있으실 거예요. 바로 이 동상과 절두산의 커다란 김대건 신부님 동상 사이에는 많은 관계가 있어요. 바로 애국선열 조상 건립위원회가 1968~1972년 사이에 건립한 동상 15기 중에 하나라는 것이죠. 이 위원회의 활동은 예술과 정치(권력)의 상관적 함의 속에서 진행되었어요. 예술과 사회, 정치의 관계는 어느 곳이건 어느 시대이건 밀접하게 엮여 왔지요. 예술은 시대의 정신이자 메시지를 담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해방과 전쟁, 분단과 독재와 정치 격변기 안에서 작가들이 어떤 의지와 목적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정신문화를 이끌어 왔을까요? 그리고 절두산 성지의 김대건 신부님 동상을 통해 작가는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무슨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고자 했을까요?

작가인 전뢰진 선생은 놀랍게도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습니다. 이분의 작품들은 소박하고 단순하고 아이 같지만 열정적이라며, 한국인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보여주려 했다고 혹자는 말합니다. 그런데 그분이 왜 이토록 강렬하고 웅대한 작품을 제작하였을까요. 저도 정답을 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들이 찾아가 그 작품을 직접 보고 판단할 문제이지요.

하지만 성화나 성상은 온전히 시대의 정신에만 매일 수 없습니다. 우리 신앙은 지상을 넘어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죠. 절두산 성지의 두 동상은 예술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넘는 소중한 신앙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 안에서 시대 일면의 정신과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2018년 9월 9일 연중 제23주일 서울대교구 청년주보 3면, 신지철 바오로 신부((재)한국교회사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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