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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미술 > 성화/이콘 해설

2017-03-31

카라바조의 이집트로 피난 중의 휴식

[명화와 성인]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 카라바조, <이집트로 피난 중의 휴식>, 1596-97년, 135.5x166.5cm, 캔버스에 유채,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로마.

성 요셉(Josephus, 1세기경)은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탄생과 예수님이 12살 때 성전에서 율법학자들과 논쟁을 벌이는 장면에서 잠깐 언급된다. 성인은 마리아의 남편이자 예수님의 양아버지로 의로운 사람이었으며, 다윗 왕의 후손으로 나자렛에서 살던 목수였다. 마리아와 약혼한 사이였던 성인은 그녀와 함께 살기 전에 마리아의 임신 소식을 전해 듣고 파혼할 생각을 하였으나, 하느님께서 천사를 통해 요셉에게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게 해주셨다.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마태 1,24).”

성 요셉은 하느님께서 모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실 구원계획에 가장 훌륭한 협력자였다. 성인은 하느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마리아에 대한 신뢰로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명하였다. 성 요셉에 관한 성서적 근거는 많지 않지만, 화가들은 예수님의 탄생부터, 이집트로의 피난, 성전 봉헌, 성 요셉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극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로 작품을 남겼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바로크 풍의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는 음악에 열정을 가진 피에트로 알도브란디니 추기경을 위해, 이집트로 피난 가는 도중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성가정을 그렸다. <이집트로 피난 중의 휴식>을 주제로 한 내용은 4복음서 어디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마태오 복음서를 원전으로 하는 <이집트로의 피난>을 주제로 한 작품을 보면서 이곳에서 파생된 주제임을 알 수 있다. 마리아, 요셉, 그리고 아기 예수는 막 영아학살 사건을 피해서 도망친 것이다. 나귀 하나에 몸을 싣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아기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는 긴 여정을 상상해본다면 이들 성가정에는 잠시의 휴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마리아와 아기가 단풍잎이 붉게 물든 나무 아래에서 깊이 잠들어 있다.

천사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그 왼쪽에는 허름한 여행 가방에 앉아있는 맨발의 늙은 성 요셉이 악보를 들고 천사를 강렬하게 바라보고 있다. 플랑드르 출신의 음악가 노엘 볼드윈이 지은 저녁 미사 전에 성모님께 드리는 송가이다.

“정녕 아름답고 사랑스럽구려, 오, 사랑, 환희의 여인이여!(아가 7,7)” 마리아를 위해 노래하는 아가((雅歌)의 운율이 재현되고 있다.

천사의 왼쪽은 인류 세계와 늙은 사람(요셉), 즉 인간의 죽음 세계와 돌로 가득한 지상의 세계를 나타낸다. 오른쪽은 마리아(교회의 은유)와 아기 예수가 있는 천상의 세계이며, 모든 경계선이 없는 깊은 곳을 향해 열린 세계로, 모든 것에서 부드러운 신성함이 느껴진다. 저녁 무렵, 마리아와 아기 예수는 잠을 청하고 있는 듯하나 요셉은 깨어 있다. 무죄한 사람이 도망쳐야 하고, 한 어머니가 쫓기며 집 밖에서 잠을 자야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회의적이고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천사의 음악이 그를 깨운 것이다.

예언자 즈카리아가 “나와 이야기하던 천사”라고 말한 것처럼 하느님은 천사를 통해 인간과 대화하는 것이다. 천사는 죽음 그리고 부패한 인간에게 영혼을 새롭게 하는 성스런 음악을 통해 구원의 위로와 약속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진정 말씀을 듣는 것이 제사드리는 것보다 낫습니다.”(1사무 15,22)

축일 : 3월 19일
수호성인 : 노동자, 환자, 임종자
상징 : 목공 도구, 지팡이 끝에 핀 꽃, 백합

[2017년 3월 26일 사순 제4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s://www.wga.hu/art/c/caravagg/02/13fligh.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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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jpat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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